[REAL ESTATE] 지방선 전세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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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요즘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대도시에서 중소형 아파트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 대전 서구 둔산동 대성부동산 오귀옥 실장은 “몇 달씩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찾다가 포기하고 빌라나 다세대주택 전셋집을 구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요즘 중소형 아파트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대구에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조차 전세 매물을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부산에서도 기존 시가지 내 중소형 아파트 전세는 드물다.

당연히 값도 올랐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중소형(전용면적 60~85㎡) 아파트 전셋값이 최근 석 달간(8월 10일~11월 8일) 1.76% 올랐다. 광주 남구 방림동은 같은 기간 중 4.52%나 급등했다. 반면 집값은 오히려 내린 경우가 많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때 대구 수성구 아파트값은 0.07% 내렸고 대전 서구도 0.21% 하락했다.

지방 대도시 아파트 매매시장 장기 침체가 주요 원인이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 금성부동산 정경호 소장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야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내 집 마련에 나서게 마련인데 요즘은 돈이 있어도 재계약을 통해 전셋집에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등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게 청약제도가 바뀐 것도 기존 주택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지방 대도시에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에이스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5월 철거를 앞둔 인근 AID아파트(2000여 가구) 재건축의 영향으로 미리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지방 대도시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 강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급이 늘었지만 미분양·미입주가 많아 실제 공급된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부산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부산 지역 미분양 물량은 1만739가구로 1999년 2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넘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지방 대도시의 경우 최근 3~4년간 중대형 위주로 새 아파트가 분양됐기 때문에 중소형 전세난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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