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최우선 … 홍콩지하철에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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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시 한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살펴 보면서 비명에 간 대구참사 희생자들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지난 4일부터 3일동안 홍콩지하철 방문소감을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참사 1주기를 목전에 둔 지난 4일.

윤 위원장과 곽규찬 위원은 박형주 교수(경원대).김경민 대구YMCA중부지회관장 등과 함께 홍콩으로 향했다.

지난 1월 5일 대구지하철 방화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1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는 것으로 마무리됐다는 홍콩지하철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방문단은 지난 7일 희생자대책위 사무실에서 방문결과에 대한 종합 토론회를 열고 이 달 말까지 홍콩지하철(MTR) 방문결과를 백서로 펴낼 계획이다.

방문단은 우선 전동차의 의자가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진 데 놀랐다.

의자뿐 아니라 바닥재 등 전동차 내부 대부분의 재질이 금속이었다. 손잡이의 고무는 난연성 합성고무였고 차량내부.역사의 광고판도 화재시 유독가스를 내지 않는 극내연성 재질이었다.

윤 위원장은 "마치 한번 대형 화재사고를 당해 본 것처럼 방비가 돼 있었지만 '1979년 첫 운행때부터 지하공간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방재(防災) 중심으로 설계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비상시의 승객대피 및 대응 시스템도 완벽에 가까웠다.

운행 중 비상사태 발생시 대처 매뉴얼의 기본은 전동차를 목적지 역까지 몰고 가 기관사의 판단하에 대피시키는 것이었다. 승강장으로의 대피가 어려우면 전동차의 앞뒤에서 터널방향으로 사다리를 내려 대피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었다.

차량간 연결부위도 문이 없이 개방된 통로형식이어서 신속히 탈출할 수 있었다.

승강장의 비상대응 시스템도 10분내에 모든 승객이 탈출할 수 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상황판단 및 비상조치 권한을 기관사에게 부여하는 등 현장 근무자 위주의 비상통제 시스템이 우리와 달랐다.

전동차 내부에는 1량당 5개의 비상 인터폰을 설치해 승객이 바로 위급상황을 기관사에게 전달할 수 있고 기관사는 인터폰의 위치를 기관실에서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비상시 전동차가 진입해 정차한 역의 통제실에서는 안전요원 및 가용인원을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초동조치 권한을 갖고 있었다.

전차선의 전력이 끊겼을 경우에도 역장의 판단으로 전차선 급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승강장의 벽체에도 4곳에 비상정지 버튼이 설치돼 위급시 승강장 대기 승객 또는 역무원이 수동으로 전동차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체계였다. 이밖에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또는 각 역의 통제실간에는 무선통신시스템이 돼 있었고 상대방이 통화 중일때는 긴급통화 호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같은 승객안전 우선의 시스템 덕분으로 지난 1월 방화사고를 당하고서도 화재발생 5분만에 완전진압하고 큰 인명피해를 내지 않았다.

홍콩지하철 방화사건은 1월 5일 오전 9시12분께 60대의 한 방화범이 전동차내에서 신문지에 불을 붙인 다음 4.5ℓ짜리 석유통과 1회용 부탄가스통 5개를 바닥에 던져 불을 지른 사건이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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