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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의 연예인화, 어떻게 보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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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는 동시에 ‘연예인’들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11일 KBS 이정민 아나운서가 연예오락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하이파이브’에 처음 출연하면서 한 인사말이다.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나운서의 정체성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미인대회나 탤런트 출신 등 대중에게 이미 얼굴을 알린 사람이 아나운서로 합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체성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MBC 서현진 아나운서는 2001년 미스코리아 선, SBS 김주희 아나운서와 이윤아 아나운서는 각각 2005년 미스코리아 진, 2006년 미스 서울 미 출신이다. KBS 조수빈 아나운서는 2002년 미스유니버시티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강수정ㆍ김성주 등 연예 프로그램 출신 아나운서들은 프리랜서 MC로 변신,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일엔 MBC 아나운서 공채 전형에서 탤런트 겸 CF 모델 출신 양승은(25)이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뉴스가 아닌 연예 프로그램과 친숙해지는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네티즌 ID ‘*appys2876’은 “미스코리아도 모자라 이제는 CF모델이 합격하는가 아나운서를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ools000’는 “얼굴 예쁘면 발음 연습을 시켜서라도 만드는 것이냐”며 “연예 전문 아나운서가 될 게 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0217210’은 “자질이 갖춰졌으면 모델도 합격할 수 있는 것이지 편견은 옳지 못하다”, ‘*arkse1965’는 “요즘 추세에 ‘기왕이면 다홍치마’ 아니겠느냐”는 등 긍정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뉴스를 진행하던 김주희 아나운서가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해 비키니 수영복 사진을 공개했을 때 일부에서는 ‘아나운서로서 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아나운서의 정체성은 늘 식지 않는 논란거리이지만 당분간 연예와 쇼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아나운서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송국 측에서도 아나운서가 뉴스에만 얽매이지 않고 연예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변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성경환 MBC 아나운서 국장은 “기존의 아나운서 중 신동호ㆍ이재용ㆍ최윤영ㆍ박혜진 등은 시사와 교양에서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어떤 장르에 경쟁력이 있는지 검증 단계에 있는 사람은 뉴스와 교양ㆍ예능 프로그램에 두루 기용하고 있다”며 “오상진ㆍ서현진 아나운서는 일찍이 예능 프로그램에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예능 전문 MC로 육성할 계획이 있고, 다른 아나운서들도 골고루 투입해 적어도 3~4년 동안 모든 장르를 섭렵하고 난 뒤 자타가 인정하는 경쟁력이나 적성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양승은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뒤늦게 CF모델 출신이라는 점을 알게 됐으며 아나운서 검증 과정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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