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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社 한국현대 바로 세우자 특별기획 캠페인 특별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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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柳永益교수=中央日報社가 마련한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토론회의 사회를 보게돼 영광입니다.
대격변의 시대를 맞아 우리가 처한 위치를 거시적.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좌표에 대해 일정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오늘을 사는 역사가들에게 부과된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李基東교수=현대사의 굴절.왜곡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없는 문제로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수들의 강의를 믿지않고 오히려 선배나 지하서클에서 단편적으로 들은 왜곡된 현대사 지식을 더 신봉하는 경향마저 생겨나고 있습니다.中央日報가 새롭게 시작하는『현대사를 바로 세우자』는 기획은 사학계에도 신선한 바람을가져오리라 기대합니다.
▲盧明植교수=유럽에서 현대사를 가장 강조하는 나라는 독일입니다.독일은 독일현대사를 이루는 나치즘의 역사를 오욕의 역사,불명예의 역사로 간주합니다.그래서 현대사에 대한 정확한 정리를 독일의 미래가 걸린 민족적 과제로 설정하고 현대사 의 연구.교육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쏟아넣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사도 과거 개항에서부터 일제의 압제.분단,그리고 군부독재에 이르기까지 불명예의 역사와 다름없습니다.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서는 현대사교육이 국제화시대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균형있는 안목과 세계적 시각을 제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柳永益교수=오늘 토론을 한국현대사의 연구.교육현황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그 걸림돌은 무엇인가.그리고 구체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등을 검토하는 식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우선 현대사의 기점문제에 서부터 얘기를 시작하죠.저 자신은 1945년을 현대사의 출발로 보는 것이무난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李基東교수=현대사의 기점문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 학계에서는 통상 1945년을 기점으로 잡는데 비해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만주의 육문(毓文)중학 재학 당시「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했다는 1926년을 기점으로 삼아 일사불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李光麟교수=1945년을 편의상 현대사의 출발점으로 삼게 된것은 역시 학계에서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한 최근의 일이 아닌가 합니다.해방 이후 한국사학계의 최대과제는 일제에 의한 타율사관 극복이었고 실제로 여기에 상당한 시 간과 정력을쏟아부었습니다.그래서 해방이후 나온 1천여편의 논문중엔 한국사의 정체성 극복을 보여준 실학에 대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盧明植교수=현대사란 용어가 학계에 등장한 것도 최근일입니다.60년대까진 최근세사란 용어를 썼습니다.서구에서는 60~70년대에 당대사(Contemporary History)를 내건 저서와 연구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이 현대사,즉 당대사의기점으로 잡는 시점은 1차세계대전입니다.1차대전을 경계로 사회구조.생활방식.추구하는 가치체계가 앞시대와 판이하게 바뀐 까닭에 시대구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우리의 경우엔 새로운 사회제도.정치제도.가치체계가 도입되기 시작 한 개항기를 현대사의출발로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柳永益교수=盧교수께서 새로운 가치체계가 개항을 전후해 우리사회에 접목됐다고 지적해 주셨는데 그러한 현대적 가치관이 우리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역시 해방 이후가 아닌가 합니다.『시대구분은 역사연구의 처음이자 마지 막』이란 말이 있습니다.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현대사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대사의 연구축적이 얕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나라에서는현대사의 연구와 서술,그리고 교육이 저조하게 됐는가 하는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말씀을 나눴으면 합니다.
▲李基東교수=역사서술상의 문제가 교육에 이어져 역사연구를 선악의 잣대로 판단하는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현대사연구가 저조했던 다른 원인의 하나로 제도적.환경적 제약을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해방이후 분단으로 이어지면 서 냉전체제하에서의 반공교육은 현대사연구를 절름발이로 만들었습니다.
▲李光麟교수=반공교육이 현대사연구를 제약했다는 지적에 동감입니다.결국 이데올로기 문제이겠는데 그중에선 국수주의의 폐해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올해는 특히 동학 1백주년이라고 해서 동학운동에 대한 재조명이 시도되고 있는데 상당수가 오지영(吳知泳)의 『동학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근대사를 연구해온 내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역사서라기 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깝습니다.
▲盧明植교수=현대사연구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솔직하게 말해서 래디컬한 마르크시즘입니다.2차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가 엄청나게 팽창하면서 마르크시스트사관이 현실적으로 무시못할 힘을발휘한 것이 사실입니다.그러나 보편사를 말한다는 마르크시즘과 유물사관은 19세기 유럽이라는 특정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역사이론의 틀입니다.노예제나 봉건제가 없었던 우리 역사를 이런 보편사의 틀속에 끼워넣는 것은 무리입니다.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 탄생때부터 숙명이 된 반공을 이데올 로기화하면서 이상하게 자유.평등.민권등 자유민주주의 가치관까지 왜곡해 역사학계에서 유물사관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릴 기회마저 잃게 했습니다.현대사교육의 많은 문제점이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李基東교수=최근 문제가 된 민중사관(民衆史觀)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국내에서 민중사학자들이 학술단체를 만들어활발한 저술과 연구활동을 펴고 있습니다만 그 내용은 철저히 마르크스주의사관입니다.서구에서는 이미 마르크시즘이 가 진 이데올로기적 편향을 수정.보완하는 네오마르크시즘이 새롭게 주장되고 있습니다.그러나 국내에서만 유독 19세기 태생의 마르크시즘을 신봉하며 온힘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 같아 한심하고 답답합니다.
▲盧明植교수=학자들의 현대사연구 기피풍토도 문제입니다.사료를위주로 한 랑케류의 실증사학은 일본을 통해 국내에 들어와 아직까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실증사학에서는 바로 어제의 일까지 과거사로 놓고 연구대상으로 삼는 현대 사를 기피하는경향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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