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D-37] '동반자' 나오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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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화합을 요구하는 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자택 앞에서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11일 기자회견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동반자 관계'가 하이라이트였다.

이 후보가 '2박3일의 장고' 끝에 화합책의 핵심으로 내놓은 '동반자 선언'은 어떻게 준비된 걸까.

당초 이 후보는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심 메시지로 박 전 대표와의 동반자 관계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선대위 메시지팀에서 패널 질문에 대한 예상 답변으로 준비한 것이다.

당시엔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켜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무렵이었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 후보는 동반자 선언이란 카드를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아 이 후보가 이 표현을 사용하지 못했다. 측근 인사들이 이 후보에게 쪽지까지 전달해가며 발언토록 종용했으나 기회를 놓쳤다고 한다. 그후 이재오 최고위원은 사퇴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과의 갈등은 여전했다.

이 후보는 8일 박 전 대표와의 직접 통화 등을 통해 "공천이나 지분에 대한 구체적 표현보다 진정성 있는 의사표현이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희태 전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이 이 후보에게 '동반자 관계'를 강조해 조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반자 컨셉트'는 10일 정두언 의원 등이 참여하는 전략기획회의에서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으로 정리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동반자 컨셉트'가 '이기택-서청원 라인'을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기택 선대위 고문은 9일 낮 12시쯤 시내 모 호텔에서 장고 중이었던 이 후보와 만난 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났다.

서 전 대표는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상임고문을 지냈다. 서 전 대표는 최근에도 박 전 대표와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이 고문과 서 전 대표를 통해 '11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모시겠다'는 뜻을 전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신용호 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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