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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새해예산안 특징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내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흑자」부분이다.용어자체가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내용인즉,들어오는 세금을 전처럼다 쓰지 않고 조금 남겨 정부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세입=세출」의 고정관념을 깨고 흑자를 전제로 예산을 짰다는점은 일종의 파격(破格)으로 불릴만 하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예산을 짠 배경은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있다.확장기에 들어선 경기가 내년의 지자제 선거와 어울릴 경우 자칫 부동산투기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으므로 재정에서 그속도를 다소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통화금융만으로 경기조절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런 시도는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금까지 나라 살림이 경직적으로 운용돼 운신의 폭이 좁았던 점을 생각할 때 흑자 예산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시도로,또 재정구조를 튼튼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간접세보다는 직접세,국세보다는 지방세 비중이 조금씩이나마 높아지는 것은 분배구조가 선진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앞두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내년에 20%선을 넘어서는 조세부담률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통일대비등의 과제를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때 불가피한 수순이다.
부문별 예산배정에서는 역시 농어촌부문이 눈길을 끈다.우루과이라운드 이후에 대비,농업의 생산성과 살만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8조원(재특과 농특세포함)이라는 거액이 배정됐다.사회간접자본(SOC)부문에서는 새로운 사업보다는 이미 벌인 공사의 완공쪽에비중이 두어졌고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교육재정 증가율은 올해 10.2%에서 14.9%로 높아졌다.
그러나 논란거리도 적지 않다.
우선 「흑자예산」자체에 대해 취약한 사회간접자본등 아직도 쓸곳이 많은데 굳이 정부 빚 갚는데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아 앞으로 국회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내용이야 어찌됐던 국방비 증가율이 높아진데 대해서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시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요금과 관련,정부는 국립대 납입금과 철도요금을 제외하고는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예산 편성과정에서 보였다.그러나 당장 지수물가가 부담스럽다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묶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다.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가 외형상 늘기는 했지만 예컨대 국책공대육성사업의 경우 대부분이 지방국립대에 예산을 골고루 나눠주는 식으로 변질되는등 내용상으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환경예산 증가율이 87%에 달했지만 그 돈이 「예방」보다는 「치료」쪽에 많이 배정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한편 이번 정기 국회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비준안 등 크고 작은 과제를안고 있어 내년 예산안이 자칫 정치논리로 물들지 않을지 걱정이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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