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끈한 스타일에 묻혀버린 母情-세븐 데이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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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14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유지연(김윤진)은 승률이 99%에 가까운 변호사다. 시간이 없어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그녀는 모처럼 초등학교 운동회에 가서 엄마 노릇을 하지만, 바로 그날 눈앞에서 아이가 납치당하고 만다. 납치범의 요구조건은 사형을 선고받은 살인범 정철진을 일주일 안에 무죄 석방시키라는 것.

그 임무에 실패한다면 지연은 다시는 아이를 볼 수 없게 된다. 누구에게도 납치사건을 말하지 못한 채 미대 대학원생을 살해한 정철진 사건을 수사하는 지연. 그녀는 진범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되고, 형사 성열(박희순)과 함께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한다.

‘세븐 데이즈’는 제목 그대로 7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을 숨차게 달려가는 영화다. 당연히 할 일이 너무 많다. 지연은 생각보다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는 듯한 대학원생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납치범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심지어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해 약까지 가져다 주어야 한다. 이 많은 일을 일주일 안에, 혹은 영화의 상영시간 안에 모두 해낼 수 있는 걸까? ‘세븐 데이즈’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눈을 어지럽히는 이중 노출과 숨을 고를 여유도 주지 않는 편집으로 영화를 빠르게 몰아간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자동차처럼 가속을 붙여간다.

그러나 그 속도 속에서, 손이 닿는 곳에서 어이없이 놓쳐버린 아이를 되찾고자 하는 모정(母情)은 목소리를 잃고 만다. 애타는 모정을 모티브로 삼은 ‘세븐 데이즈’는 그 감정보다는 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된 것이다. 스릴러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영화계에서 ‘세븐 데이즈’가 어느 정도 완성도를 지닌 보기 드문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국 범죄 드라마 ‘C.S.I.’를 떠올리게 하는 부검과 범죄 현장의 재현, 세련된 공간, 두 갈래 추적을 영화 한 편에 엮어 넣으려는 야심. 그런 스타일과 형식이 내용과 맞물렸다면 ‘세븐 데이즈’는 슬픔이 배어 있는 스릴러가 됐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서글픈 결말을 지켜보고 나면 겉치레에 묻혀버린 모정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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