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년만에 개인전 여는 在獨화가 車又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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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여성작가답지 않게 폭력적인 거친 화면을 거침없이 구사해온 재독(在獨)화가 차우희(車又姬.49)씨가 3년만에 근작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갖는다.10월6일부터 29일까지 진(珍)화랑.
소개 작품은 베를린의 작업실에서 홀로 외롭게 일기쓰듯 그려온『오디세이의 배』연작(유화및 종이콜라주작업)등 50여점이다.
『가진 것,누리는 것들과는 상관없이 항상 정신적 허기를 느끼며 갈팡질팡하는 현대인의 감성과 의식을 오디세이의 방황에 비유해 그려본 작업들입니다.』 공장에서 만든 변기도 예술품이 될수있음을 보여주었던 마르셀 뒤상을 각별히 좋아하는 차씨는 기존의틀을 깨는 과감한 표현을 즐겨해온 탓에 여성작가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업들도 캔버스 전체에 손바닥만한 여백을 남기고 숯가루에 아교.먹물을 섞어 전부를 검게 칠했거나 반대로 흰바탕에 검은종이가 눌어붙은 것처럼 검은색을 두툼하게 바른 작품들이 상당수다.
이 작업들은 폭풍우를 머금은 먹장구름이 돛폭을 후려치는 듯이보이기도 하고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비밀스런 항해지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또는 일상적인 것과 신비로운 것을 나란히 한 화면에 놓고 그림이 갖출수 있는 균형감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신화적 소재들은 그런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실마리입니다.』 차씨는 오디세이 신화를 통해 고향없는 인간의 이야기를 상징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가족을 떠난 자신의 외로운 이국생활이나 외국에서 작업하는 한국 예술가라면 누구나 겪어야하는「동양정신과 서구양식의 결합」이란 과제들이 녹아 있어 메시지 의 울림이 여간 강렬하지 않다.
미술평론가 오광수(吳光洙)씨의 부인이기도 한 차씨는 중앙대 예대를 마치고 지난 77년 도불(渡佛),85년 독일연방정부 학술교류기금을 받아 작업하면서 현지에 정착했다.
차씨는 서울 전시와 나란히 일본 도쿄(東京)의 시로다화랑에서도 30여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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