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첫 삽 뜬 방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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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착공식을 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을 놓고 표류한 지 21년 만이다. 행사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김종신 한수원 사장, 백상승 경주시장, 지역 주민 등 750여 명이 참석했다.

월성센터는 봉길리 210만여㎡ 부지에 80만 드럼 규모로 건설된다. 이번에 착공식을 한 1단계 사업에는 1조5000억원이 투입돼 10만 드럼 규모의 시설을 2009년 말까지 준공한다. 1단계 시설은 아시아 최초로 지하동굴을 파서 폐기물을 보관하는 동굴처분방식을 도입했다. 100% 국산 기술이다. 지하 80~130m 깊이 바위 속에 수직원통형 인공동굴을 뚫어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시설은 이후 건설 방식을 결정한 뒤 단계적으로 증설한다.

이곳에 보관할 폐기물은 원전과 병원.산업체에서 나온 작업복과 장갑.주사기.시약병, 각종 교체 부품이다. 1단계 공사가 끝나면 고리.영광.울진 원전에서 임시 보관 중인 폐기물을 전용 선박으로 해상 운송한다. 방폐장에선 폐기물 안전검사를 거쳐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은 뒤 처분 동굴로 옮긴다. 동굴이 다 차면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 폐쇄해 지하수가 새들어가지 않게 막고 그 위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 방폐장 부지는 1986년부터 아홉 차례나 선정작업을 벌였으나 현지 주민 반대와 활성단층 발견으로 번번이 무산됐다가 2005년 주민투표로 경북 경주가 유치했다.

정경민 기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전이나 병원의 방사능 오염 시설 근무자가 입은 의복.장갑이나 각종 도구로, 방사능 오염 정도가 약한 폐기물을 말한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에 쓰고 남은 핵연료로, 현재 각 원전 내 임시시설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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