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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보도 冷戰시각 여전-관훈클럽.언론학회심포지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 언론이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냉전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언론학계와 정부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관훈클럽과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4일 경주(慶州)에서 열린「남북관계와 언론」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김정기(金政起)교수(한국외국어대.언론학)와 구종서(具宗書.三星경제연구소 상무)박사는 한국 언론이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남북 관계를갈등과 대결구도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한승주(韓昇洲)외무장관도 주제발표를 통해 남북문제를 다루는 언론이 지엽적인 것 보다는 거시적이고 포괄적인시각으로 접근해주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발표 요지.
▲金교수=북한핵문제에 관한한 언론은 사실 보도에 실패했을 뿐아니라「제멋대로」 의견을 표출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핵공포를 가져왔다. 김일성(金日成)사망 이후에도「양극 전투식 보도」로 핵문제 해결보다는 남북 대결의 갈등 구조를 심화시켰다.
김일성 사망 이후 서울은 북한 뉴스의 발신지 지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그러나 서울이 양적인 면에서 북한정보의 집산지 위치를 차지하긴 했어도 질적인 면에서는 같은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지 회의가 일고 있다.
김정일(金正日)타도 전단이나 노동신문 정론의 「어려운 시기」에 대한 견강부회식 해석,김평일(金平一)망명설등 과장.왜곡.조작 보도가 난무했다.
주요신문의 편집과 사설이 냉전적 멸공 내지 반공사고로 짜여져있다.핵문제를 해결쪽이 아니라 폭발쪽으로 내몰고 있다.
언론의 역할은 핵문제를 종합적으로 보게 하고 여러가지 대안에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데 있어야 한다.
▲具박사=한국 언론은 국내법 제약과 취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사망을 신속보도하고,세계언론의 보도를 주도했다.그러나 과장기사.추측보도.사실조작.미확인 보도를 통해 한국언론의 낡은 폐습도 드러냈다.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군부쿠데타설처럼 조그만 사실을 크게 확대 해석해 보도,사실상 오보를 낸 것들이 있다.
김평일 망명이나 김일성부자 갈등설처럼 근거없는 소문을 보도하고,북한 방송을 무리하게 해석하거나 희망적인 기대심리를 너무 섞어 상황을 잘못 판단한 보도도 많았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정보 축적과 연구가 부족한데다 정부의 대북(對北)정책마저 불확실하고 북한과 김일성에 대한 평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韓장관=냉전이후 국제질서의 급격한 변화로 우리 통일외교도 북한을 개방과 국제화라는 이 시대의 흐름,미래의 방향에 합류하도록 유도해 남북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지금 북한은 변화와 개방 대신 국제사회와 위험한 게임을 벌여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그러나 언제까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북한 자신이 더 잘 안다.변화의 방법과 명분,그리고안전장치를 찾고 있다.
따라서 자신감과 인내심을 가지고 보다 거시적이고 포괄적인 자세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국내 언론은 때때로 큰 구도보다 세부적인 것에 너무 집착하고,문제의 본질보다 지엽적인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때로는 양보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이기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정부정책도 혼미 문제의 본질은 객관적 상황에 있다기 보다 실제 현실과 현실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격에 있다. 우리는 또 대외관계를 보는 시각에 있어 명분에 너무 집착한다.우리 사회는 내부적으로 견해의 양극화 현상이 있고,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있다.
지엽적인 것에 매달릴 때 외교는 핵심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단기 이익보다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국익을 중시해야 한다.
순간순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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