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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달러까지는 해외송금 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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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동 영어도서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 중인 김희경(38)씨. 그동안 김씨는 미국에서 책을 수입한 뒤 대금을 보낼 때마다 계약서를 은행에 내야 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런 불편이 없어진다. 아무런 증빙 서류 없이 5만 달러까지 해외 송금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아들을 유학시키고 있는 정현우(54)씨. 지금까지는 외국 국적 아들이 유학생으로 인정이 안 돼 연간 5만 달러 한도의 증여성 송금을 이용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은행 계좌를 통해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게 된다. 다만 10만 달러를 초과하는 증여성 송금이나 유학 경비 송금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에 통보된다.

정씨는 2009년께 미국에 투자용 집도 사 둘 생각이다. 내년 말까지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 한도(300만 달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약서가 꼭 필요하지만 앞으론 계약 전에 최대 10만 달러(매입 예정액의 10%)까지는 송금이 가능해진다.

재정경제부가 8일 '외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환거래 자유화를 확대해 2009년까지 외환 관련 행정 규제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개인들은 연간 5만 달러까지 해외 송금이 사실상 자유화된다.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도 전면 자유화된다. 다음달부터는 우체국.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에서도 외국 돈을 환전할 수 있게 된다. 재경부 송인창 외환제도혁신팀장은 "최근 원화가치가 너무 빠르게 올라 지난해 5월 발표한 외환거래 자유화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환거래 자유화에 따라 해외여행이나 외국 생활이 편리해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저렴한 해외 현지 여행사를 이용할 경우 외국 여행사나 숙박업소에 직접 경비를 보낼 수 없어 불편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예약 확인만 하면 직접 여행 경비를 송금할 수 있다. 은퇴.투자비자를 받고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은 해외 이민 때와 똑같이 이주비를 제한 없이 가져갈 수 있다.

기업의 외환거래도 쉬워진다. 대외 채권(건당 50만 달러 이상)을 가진 기업이 1년 반 이내에 반드시 국내로 반입해야 하는 규제가 완화된다. 이 의무를 지키지 못하거나 면제받으려면 한국은행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신고만 하면 된다.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의 원화를 외국에 수출하는 경우도 한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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