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s풍향계] 단숨에 20% 고지 昌의 방패는 '朴의 광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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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정치 분석

요즘 말로 ‘광팬’을 가진 정치인들이 있다. 과거엔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기 때문이든, 지역주의를 대표했기 때문이든 그들의 언급 하나하나에 열광하던 대규모 유권자 집단이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신승을 거둔 노무현 대통령도 ‘노사모’와 ‘노빠’라는 열성 지지세력을 갖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은 변치 않는 지지를 보내는 집단을 이끌고 다니며 세를 과시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의 선택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선의 주인공이 각 후보가 아니라 그들을 무대에 세워놓고 비교ㆍ평가하는 거대한 대중인 셈이다.

대중의 파워가 막강해지면서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출마가 대선 국면을 단숨에 다자구도로 재편시킨 것도 그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들이 갖은 노력을 기울여도 달성하지 못했던 지지율 20% 고지를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넘나들면서 정치권은 대중의 선택이 얼마나 급격히 변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있다.

제78차 풍향계 조사를 놓고는 변화무쌍한 표심의 변화를 살펴보자. 풍향계 조사로서는 처음으로 이회창 후보를 포함시킨 결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9.6%P가 떨어진 41.2%로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는 19.7%를 기록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15.3%에서 11.3%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4.9%에서 4.8%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4.6%에서 3.2%로,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3%에서 1.7%로 각각 조정됐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하면 이명박 후보는 지역별로 대구ㆍ경북(19.6%P 하락)과 부산ㆍ울산ㆍ경남(17.3%P 하락)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봤다. 대전ㆍ충청에서는 12.7%P가 떨어지면서 이회창 후보에게 이 지역 선두자리(37.1%)를 내줬다. 호남 지역에서도 지난주에 비해 12.6%P가 빠지면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40.6%)-이회창 후보(11.7%)에 이어 9%로 세번째였다. 이명박 후보를 든든히 지원해주는 지지세는 지난주에 비해 오히려 1.8%P가 오른 인천ㆍ경기(50%)와 상대적으로 지지율 하락세가 낮았던 서울(55%)에서 나오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회창 후보에게 쏠리고 있는 표는 상당수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했던 표와 겹친다고 볼 수 있다”며 “한나라당 경선 이후 박 전 대표 지지표의 50%가량이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었고 나머지가 범여권 후보나 무응답층으로 퍼져있다가 이회창 후보 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대선 구도 역시 각종 여론조사로 드러나는 지지율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를 껴안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선 대선판을 한꺼번에 흔들어놓은 이회창 후보의 운명도 지지율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이명박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를 조성할 기회마저 놓쳐버린 정동영 후보 등 범여권 주자들도 지지율 변화를 지켜보면서 후보 단일화 논의 등 대응 전략을 짤 태세다.

정치부 김성탁 기자

지지율 변화와 관련해선 조만간 두가지 변수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이다. 그가 ‘광팬’을 이끌고 다니던 과거 정치지도자들처럼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표심을 이명박-이회창 후보 중 어느 한 사람에게로 몽땅 몰아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주목된다. 다른 하나는 BBK 의혹과 관련해 귀국이 임박한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지역적 연계 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수도권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맵집이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두가지 변수는 상호 작용을 하는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 한 변수가 다른 한 변수의 영향력을 줄일 수도 있고, 연쇄적으로 폭발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응하는 범여권의 전략까지 포함해 대중의 마음이 어떻게 나타날 지 다음주 풍향계 조사를 기다려보자.

정치부문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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