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흥아시아의고동>인도 2.난관있어도 지금이 투자 適期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인도는 일본의 손이 덜 탄 마지막 거대시장이다.이렇게 넓은시장에서 일본과 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놓칠 수없는 기회다.』 뉴델리의 정수철(鄭秀哲)상무관은한국기업들의 인도진출을 권하는데 인도관리들보다 더 열심이다.그가 말하는 인도의 매력중 하나는 아직 일본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미「일본의 앞마당」이 된 동남아에서 일본기업들에 치여본 경험이 있는 우리 기업주재원들도 鄭상무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의 대(對)인도 투자규모는 지난해 8천3백만달러로 전체 외국인투자의 2.9%에 불과했다.물건을 팔자니 엔高로 경쟁력이떨어지고 투자진출을 하자니 이질감(異質感)이 너무 커 확실히 방향을 못잡은 모습이다.
해외시장개척의 첨병노릇을 하는 일본의 전자제품도 아직은 힘을쓰지 못하고 있다.컬러TV만 해도 금성사가 지난해 11월「골드스타」로 먼저 진출하자 소니.파나소닉.산요등이 황급히 뒤따랐다. 동남아를 휘어잡은 일본이 인도에서 주춤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에서 10년간 근무한 하타 사토시(秦智)미쓰비시상사 뉴델리사무소차장은 경영스타일의 차이를 꼽았다.
『미국과 유럽은 동남아에서 일본에 밀린데 대한 반작용(反作用)으로 인도에 더 적극적이다.인도에서는 사업규모가 큰 만큼 리스크도 크다.미국과 유럽은 그 리스크를 과감히 취하지만 일본은기다리는 편이다.』 또 시라하마 슈이치(白濱秀一)일본무역진흥회(JETRO)뉴델리사무소장은 낮은 노동생산성이 인도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및 하급인력은 많지만 정작 쓸만한 중간급 인력이 부족하다.따라서지 일본기업들은 직접투자에 소극적이다.엔高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이질감이 적은 중국.베트남이 더 낫다.』 그러나 일본은 수송기계에서는 벌써 기반을 다졌다.스즈키는 82년부터 8백㏄급 승용차인 마루티스즈키를 합작 생산해 전체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또 혼다는 스쿠터(히로혼다)를 합작생산하고,야마하도 인도기업 에스코츠와 기술제 휴로 오토바이를 만들고있다. 일본은 또 하리에나주(州)에 산업타운 건설을 추진중이다.공장.주택.학교.병원은 물론 카지노까지 갖춰 도시로서의 모든기능을 모아놓은「인도속의 일본」을 만들 계획이다.
[뉴델리=南潤昊특파원] 한편 덩치는 작지만 덤벼드는 자세만큼은 싱가포르가 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싱갈포르의 고촉통 총리는 인도를 방문한 길에 홍콩이 중국을 꼐고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혀가듯 싱가포르는 인도를통해 좁은 국토의 한계를 넘어서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륙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인도 최대기업인 타타그룹및 카르나타카주정부와손잡고인도의 실리콘밸리 방갈로르에 5만평규모의 전자산업단지를 조성중이다. 싱가포르 전자산업을 인도에서 꽃피워보겠다는 야심작이다. 반면 대만은 중국에 투자하느라 인도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장원더 대만무역센터 뉴델리사무소장은 같은 민족인 중국이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의 경쟁국들간에는 누구도 확실히 인도에서 기선을 잡지 못한 상태다. 일본이 자동차.스쿠터에서 앞서나가고,싱가포르가 대륙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다. 그러나 언제까지 인도시장이 처녀림으로 남아있을지는 의문이다. 뉴델리에서 만난 위성용 (주)대우 부사장은 이때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동가 조금만 일찍 문을 열었더라면 일본이 다 잡았을것이다. 인도의 개방이 마침 엔高와 겹치는 바람에 일본이 성큼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조금 힘들더라도 인도에 들어가려면 지금이 적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