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문제 해결 실마리"…은행株 모처럼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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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G카드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은행주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9일 거래소에서 은행업종지수는 3.5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12일(4.58%)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이날 6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4% 넘게 상승했고, 하나은행과 신한지주는 5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잇따른 매수 추천=도이치증권은 9일 한국의 은행주가 저평가받고 있어 외국 은행들의 인수.합병 표적이 되고 있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도이치증권에 따르면 한국 은행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7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3배로 외국 은행주(PER 15배, PBR 2.4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도이치증권은 "올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장기 전망은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먼삭스도 "LG카드 충당금 반영으로 지난해에는 실적이 악화됐지만 올해 전망은 긍정적"이라 내다봤고 모건 스탠리도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팀장은 "LG카드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면서 은행주가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수익 개선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은행업종의 간판격인 국민은행에 대한 매수 추천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은 지난해 6천1백18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LG카드와 국민카드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확보와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중소기업 부실여신 증가가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지만 CSFB증권.모건 스탠리증권.대우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들은 "국민은행이 향후 2~3년간 실적 개선폭이 가장 클 것"이라며 '비중 확대'의견을 내놓고 목표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실적 개선에는 시간 걸릴 듯=은행주에 대해 밝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합병한 신용카드사 자산의 손실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LG카드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계 부채의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점도 부담이다.

세종증권 김욱래 연구원은 "가계 부채 연체율이 낮아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내수 회복도 낙관하기 힘들다"며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을 완전히 털어내기 전까지는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JP모건증권은 한국의 은행업종이 저평가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의 설비자금 수요가 많지 않아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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