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프리 "학교내 폭력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내가 세운 학교에서 여학생들이 학대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학교를 정화해 더 좋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세운 자신의 학교(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학대 행위에 대해 눈물로 사과한 데 이어 대대적인 '학교 정화'를 약속했다. 영국 BBC방송과 일간 더 타임스는 "윈프리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교장을 해고했다"며 "기숙사 사감도 교체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윈프리가 세운 학교에선 최근 '모코보'라는 이름의 사감(27.여성)이 학생들의 목을 잡고 벽으로 밀치는 등 폭력을 가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7명의 학생이 폭언을 듣고 학대를 받았다는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윈프리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남아공으로 달려가 "죄송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그동안 교사와 사감 등 직원 채용에 관여하지 않았으나 "심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밑바닥부터 위까지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어린이 학대와 추행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가 한 어린이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윈프리는 자신이 9세 때 성폭행 당했으며,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한 입법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윈프리는 이 사건을 폭로한 학생들에 대해 "여학생들이 침묵을 깨고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은 대견한 일"이라며 "이런 태도는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리 나쁜 경험이라도 교훈을 남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윈프리 리더십 아카데미=아프리카 여성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윈프리가 올 1월 개교한 초현대식 기숙학교. 요하네스버그 남쪽에 4000만 달러(약 380억원)를 투입, 총 28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15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