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났던 오자와 일본 민주당 대표, 이틀 만에 "복귀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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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을 도모하다 당내 반발로 4일 당 대표직을 사임했던 일본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6일 밤 돌연 사의를 번복하고 대표 복귀 의사를 밝혔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당 대표 복귀를 설득차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에게 "정말로 창피스럽고 망신스러운 일이지만 여러분의 뜻을 받아들여 다시 한번 (대표로)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오자와 대표 없이는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오자와 대표를 강하게 붙잡은 것이고, 오자와 대표로선 체면은 구겼지만 이쯤 해서 사의를 번복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오자와 대표는 7일 오후 열리는 중.참의원 양원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복귀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천명할 방침이다.

오자와는 사의를 번복하면서 집권 자민당과의 정책연합, 연립정권 참여 등 애초 자신이 적극 검토했던 사안 수용을 조건으로 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달 초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연립정권 구성을 합의한 뒤 당내 간부들과 이를 의논했지만 "연립정권 수립이 아니고 정권교체가 당의 목표"라며 전원이 반대하자 대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오자와 대표의 사임 파동은 사의 표명 이틀 만에 대표 복귀라는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7일 양원 의원총회에서는 오자와 대표의 처신에 대해 비판적인 소장파 의원들이 그의 대표 복귀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큰 데다, 설령 대표에 복귀한다고 해도 가벼운 처신에 대한 비판으로 예전같이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전 중의원 부의장, 이시이 하지메(石井一) 당 부대표 등 민주당 내 최고 원로 3명은 4일 오자와 대표를 만나 "당신이 없으면 민주당은 무너지고 만다"며 그의 일선 복귀를 강하게 요구했다. 오자와는 "내가 4일 회견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는 힘들다'고 했던 진의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 뜻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겼다고 지금같이 들떠선 안 되고,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목숨을 걸고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4일 오자와의 이 발언은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기 힘드니 연립정권이라도 구성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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