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스쿨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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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스쿨버스, 우리 아이들이 타고 있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 1위, 아마 우리나라의 가장 불명예스러운 1위 기록이 아닐까 한다.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비율이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나 사망률만으로는 여전히 선진국의 2배 이상이다. 또한 보행 중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 비율은 성인의 약 2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스쿨존 주변에 과속방지턱, 신호등, 방호울타리, 도로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학부모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등하굣길, 좀 더 안전하게 다닐 방법은 없는 것일까?

칙칙폭폭이 아니라 부릉부릉~

서울 문래동의 영문초등학교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아주 특별한 스쿨버스가 있다.
하교시간이 되자 1학년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다른 반 아이들과는 달리 1학년 2반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차례로 줄을 서더니 누군가를 기다린다. 잠시 후 녹색어머니회의 자원봉사 어머니가 아이들을 인솔해 학교를 나선다. 이 행렬이 바로 걸어 다니는 어린이 통학버스 이른바 ‘워킹 스쿨버스’다.
영문초등학교에는 세 개 노선의 ‘워킹 스쿨버스’가 있다. 두레아파트 방면, 양평동 방면, 문래중학교 방면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집을 거쳐 가는 스쿨버스 노선을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향한다. 일반 버스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집으로 버스 정류장도 있다.
“도우미 선생님, 저 이번에 내려요.”
한 아이가 집 근처 정류장이 가까워오자 손을 든다. 정류장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가 마중을 나와 있다. 실제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워킹 스쿨버스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
“어린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걸 보면 많이 불안하죠. 차가 워낙 많이 다니는데다가 아이들은 곧잘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막 뛰어다니잖아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대답이다.

걸어 다니는 스쿨버스, 선진국형 안전 제도

워킹 스쿨버스는 2005년 10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됐고, 2006년 3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회 주최로 시행하고 있다. 영문초등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워킹 스쿨버스는 교육청과 연계한 시범운영 단계에 있으며 점차 다른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걸어 다니는 스쿨버스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제도로 미국,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는 7,8년 전부터 시행해 스쿨존 교통사고의 위험률을 크게 낮췄다. 전문가들 또한 걸어 다니는 스쿨버스 제도를 높이 평가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중 70%는 길이나 횡단보도를 걷다 발생했.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허억 사무처장은 “아이들이 혼자서 걸어 다니는 것 보다는 2인 이상 걷는 것이 교통사고의 위험을 절반으로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집단보행이 운전자의 눈에 더 잘 띤다”고 말한다. 워킹스쿨버스를 시행하는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에서는 워킹스쿨버스 시행으로 어린이 보행 중 사망률을 10% 안팎으로 줄일 수 있었다.

*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워킹스쿨버스 제도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roadsafeauckland.org.nz/Schools/index.cfm?id=1040

* 미국의 워킹스쿨버스 제도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saferoutesinfo.org/guide/encouragement/walking_school_bus_or_bicycle_train.cfm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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