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단촐한(?) 식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조기 유학의 열풍을 실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늘어나는 ‘기러기 아빠’들이다. 물가가 비싼 미국을 피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으로 유학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요즘 환율 역전으로 더욱 허리가 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외기러기들이 가장 외롭고 쓸쓸할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단출한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 때가 아닐까 싶다.

‘식구나 구성원이 많지 않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출하다’는 “갓 결혼한 신혼집이라 그런지 살림이 단촐하다”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두 내외만 단촐히 살고 있다”에서처럼 ‘단촐하다’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살림이 단출하다’ ‘단출히 산다’처럼 ‘단출하다’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단출하다’는 “배낭여행은 최대한 짐을 단출히 챙기는 게 좋다” “단출한 차림으로 집을 나서니 발걸음도 가벼웠다”에서와 같이 ‘일이나 차림이 간편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단출하다’가 아닌 ‘단촐하다’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단출한 식탁을 지키고 있을 기러기 아빠들, 오늘도 힘내시길….

김현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