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백악관의 訪空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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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23년 하딩 대통령시절만 해도 백악관 방문객들은 방문시간중 백악관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1950년 푸에르토리코 테러분자들의 트루먼 암살 기도를 계기로「국민의 집」백악관은「보안의 요새」로 변해갔다.
3m 높이의 철책을 따라 전자탐지선이 깔리고 금속탐지기가 모든 입구를 통제한다.폭발물을 냄새맡는 경비견들이 주차장을 맴돌고,폭탄트럭의 돌진을 막기 위해 육중한 콘크리트덩이들이 차량진입로 주변을 막아섰다.
모든 벽은 철재로 보강되고 창문의 방탄유리들은 수류탄에도 견딘다. 백악관 지붕위에는 특등 저격수들이 지상의 수상한 자를 살피고 어깨에 지대공(地對空)미사일을 멘 특수요원들이 하늘을 감시한다.부속 사무빌딩 꼭대기의 레이더가 공중의 불침번이다.
이 철통의 보안망이 한 조종사 견습면허 소지자의 심야기습 자살극으로 졸지에 희화(戱畵)가 됐다.백악관 뜰로 잠입한 세스나는 대통령의 내실이 있는 건물 옆구리를 들이받았다.이 시간에 클린턴부부가 잠자고 있었다면,또 이 비행기가 고성 능폭탄을 잔뜩 실은 자살 특공대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스나가 레이더에 잡혀 지상에 충돌할 때까지의 시간은 14초,눈깜짝할 순간이었다.백악관과 의회의사당에 이르는 상공은 법정비행금지구역이다.그러나 포토맥강변의 내셔널공항은 3~4㎞ 거리다.이 공항을 드나드는 항공기가「작심(作心)을 하면」몇 초안에백악관으로 들이닥칠 수 있다.
보안전문가들은『최첨단 레이더라 해도 카미가제식 습격에는 방법이 없다』며 이는 백악관 안보에「최대의 악몽」임을 시인한다.
인기 스릴러작가 톰 크랜시가 최신작『영예의 빚』에서 이를 픽션화했다.
한 국제전세기가 엔진고장을 핑계로 인근 앤드루공군기지에 불시착하겠다고 관제탑을 속이며 순식간에 의회의사당으로 돌진한다.
87년 19세 독일청년이 세스나로 소련영공을 9백㎞나 날아 붉은 광장에 기착,소련의 방공망을 망신시킨 일은 기억도 새롭다. 레이더도,첨단보안장치도 인간의 작의(作意)앞에 만능일 수는없다.『대통령의 안전만 생각한다면 24시간 방탄유리 돔속에 가둬두는 것이 속편하다.그러나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피츠워터 백악관前대변인의 코멘트 또한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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