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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대체” 대학생들 레이스 … 마사지 … 의료 … 자원봉사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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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건국대에서 ‘현대인의 다이어트’ 과목을 수강하는 360여 명이 단체로 10㎞를 뛰었다. 임기원(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중간고사를 중앙서울마라톤 10㎞ 뛰기로 대체하자는 방안을 내놓았고, 수강생들이 흔쾌히 응한 것이다. 3학년 유영운(26)씨는 “시험보다 마라톤이 훨씬 낫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마라톤에 불참할 경우 중간고사 점수는 없다고.
 
 ○…경찰청 소속 마라톤 동호회 회원 30명이 중앙서울마라톤과 함께했다. 1998년 경호과 소속 직원들의 소모임에서 시작한 경찰청 마라톤 동호회는 2002년 서울경찰청 마라톤 동호회와 합친 후 날로 발전해 현재 200여 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동호회 총무인 이미옥(44·여·경찰청 실무관)씨는 “범죄와의 승부 못지않게 자신과의 승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동호회 활동이 더 활기를 띨 것”이라 말했다.

  청주 흥덕경찰서 무달회(무궁화달림이동호회) 회원 25명(풀코스 8명, 10㎞ 17명)도 참가했다. 10㎞에서 회원 중 최고 기록(48분)을 세운 남이지구대 강진운 경위는 “날씨가 좋아 뛰기 좋았다”고 만족해 했다.

 ○…부자 혹은 모녀가 나란히 10㎞ 부문에 참가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아들 민철(9)군과 함께 참가한 차창석(44·대전)씨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대전에서 어제 올라왔다”며 “기록(1시간16분)은 저조했지만 아이와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철군은 “힘들지만 아빠가 있어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4년 연속 자원봉사 의료 지원을 맡은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올해 흉부외과와 응급의학과 의사 7명, 간호사 12명 등 총 19명을 파견했다. 또 인공심폐기가 갖춰진 응급차 두 대를 배치했다. 임훈(40) 응급의료학과 교수는 “본부 외의 코스 3곳에 의료 텐트를 설치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했다”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적재적소에 의료진을 배치해 이상 징후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에 이상이 생겨 사망할 확률이 1000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스포츠마사지 봉사자인 송석연(36) 한국사회체육진흥회 기획실장은 하루 종일 바빴다. 엘리트 선수들의 뭉친 다리 근육을 풀어 주느라 이마에는 땀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마사지를 받은 선수들은 송 실장에게 “생큐”라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일부는 “함께 사진을 찍자”며 사진기를 꺼내들기도 했다. 99년 1회 대회부터 봉사활동을 해 왔다는 송 실장은 “매년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지만, 항상 보람을 느낀다”며 지친 기색을 감췄다. 송 실장의 옆에서는 한국사회체육진흥회 직원 4명도 묵묵히 선수들의 뭉친 다리근육을 풀어 주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송 실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선수 숙소인 올림픽파크텔에서 마사지 봉사를 해 왔다. 장안대 생활체육과 학생 80여 명도 일반 참가자들에게 스포츠마사지 봉사활동을 했다. 전예완(19·장안대 생활체육과)씨는 “하루 종일 서 있어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마사지를 받고 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맨발의 마라토너도 눈길을 끌었다. 목사 김충구(53·서울 공릉동)씨는 마라톤 풀코스를 맨발로 완주했다. 4년 전 마라톤에 입문했다는 김씨는 “고가의 운동화가 발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라며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맨발로 뛰면서 다쳐 본 적이 없을뿐더러 무릎 관절염과 무좀이 나았다”고 맨발 달리기를 찬양했다. 김씨는 “신발을 벗고 뜀으로써 발과 땅, 자연과의 화해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품고 올해부터 맨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경기도 수원의 정신지체아 특수학교인 자혜학교의 학생 3명과 선생님 4명도 10㎞ 부문에 도전했다. 레이스 내내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뛴 박한울(17)군은 지난해보다 4분 빠른 48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군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만 6세 이상 참가 가능’ 규정과는 상관없이 레인을 누빈 꼬마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수색동에 사는 현효종(4)군은 아빠·엄마와 함께 참가해 10㎞를 1시간40분 만에 완주했다. 현군은 씩씩한 목소리로 “내년에도 뛰겠다”고 했다.

 ○…매해 중앙서울마라톤에 참가, 후원금을 적립해 백혈병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삼성SDS가 올해도 대회에 나왔다. 선수 한 명이 10㎞를 완주할 때마다 1만원씩 적립한다. 올해엔 750여 명의 사원이 참가해 5000만원가량을 적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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