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유럽 게이머 눈높이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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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이 내년 초 출시할 가상 슈팅게임 ‘헉슬리’. 3년6개월간 130억원이 투입됐고 개발자 100여 명이 매달렸다. 웹젠은 이 게임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슈팅게임인 ‘언리얼 시리즈’의 수석 개발자 세드릭 피오렌티노의 머리를 빌렸다.

피오렌티노는 한국에 들어와 북미·유럽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는 지형(맵)과 캐릭터를 만들었다. 게임의 배경음악은 미국 게임음악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케빈 리틀이란 음악가에게 맡겼다.

국내 개발팀의 한 관계자는 “피오렌티노와 함께 국내외 유명 배우의 사진 수백 장을 보면서 개릭터의 컨셉트를 좁혀 나갔다”며 “결국 완성된 캐릭터는 기존의 국산 게임 캐릭터와 다르게 글로벌 이미지를 풍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오렌티노가 게임 제작과정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언론이 먼저 헉슬리에 주목했다. 웹젠의 김남주 사장은 “해외 시장에 공개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흥행성·매출액 등을 예상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스탠더드형’ 게임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제작 초기부터 해외 유명 개발자를 영입하고 해외 이용자의 코드에 맞춰 캐릭터나 배경을 만들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국산 게임이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려면 해외 인력의 머리와 손을 다 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소프트와 엔씨소프트 등이 올 가을 국내외 시장에서 각각 출시한 ‘헬게이트 런던’과 ‘타뷸라라사’ 등도 헉슬리와 비슷한 제작과정을 거쳤다. ‘헬게이트 런던’은 유럽 시장을 겨냥해 아예 게임 배경공간을 런던 도심으로 잡았다.

한빛소프트의 윤복근 법무팀장은 “국내 게임에 흔히 등장하는 8등신 주인공에서 탈피해 북미·유럽의 게이머에게 익숙한 얼굴과 머리 모양을 갖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타뷸라라사’는 리처드 게리엇이라는 미국 유명 개발자가 미국에서 만들었다.

중앙대 위정현 경영학과 교수는 “콘텐트 천국인 일본에서 소재를 가져와 임금이 싼 중국에서 그래픽을 만들고 총책임자를 미국 개발자에 맡기는 ‘글로벌 분업’은 국산게임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정훈 기자

◆슈팅게임(FPS)=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실제로 총을 들고 전투를 즐기는 게임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짜릿함 때문에 북미·유럽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의 중독성이 강해 이용자들이 폭력에 둔감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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