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AR] 각국 왕들은 어떤 차 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의전차량 랜드로버(上)와 사우디 파이잘 전 국왕의 벤츠 770 그로서

자동차 없는 집이 드물 정도로 자동차가 대중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명사가 타는 차는 여전히 관심거리다. 그중에서도 왕실의 의전차는 최고 수준의 명차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정작 세계 각국의 왕실이 어떤 차를 이용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동차업체들이 ‘고객의 사생활’이라며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의 전용차 중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용하는 리무진은 5대로 알려져 있다. 롤스로이스 3대, 벤틀리 2대다. 이 중 2002년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 리무진은 벤틀리가 만들었다. 벤틀리는 이 차를 수공기술자 20여 명을 동원해 제작했다. 일반 리무진보다 길이가 길고 폭도 더 넓다. 차 안에 있는 여왕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넓은 방탄 유리창도 달았다. 차 뒷문은 일반차와 반대로 뒤쪽을 향해 열린다. 여왕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여왕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랜드로버를 공식 의전차량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왕용 공식 의전차엔 번호판이 붙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공식 행사나 외국 귀빈을 맞을 때 도요타의 센추리 로열을 탄다. 닛산 프린스 로열이던 의전차를 2005년 바꾼 것이다. 길이 6.15m, 너비 2.1m인 센추리 로열은 8인승의 리무진이다. 좌석은 3열로 배치돼 있어 일왕 부부는 맨 뒷좌석에 앉는다. 이 차도 창문을 통해 얼굴이 잘 보이게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왕실의 차’로 유명한 구형 모델들도 있다. 벤츠 700 그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파이잘 전 국왕(1964~75년 재임)의 차로 이름을 떨쳤다. 2700㎏의 무게에 8기통 엔진을 얹은 초대형 리무진이다. 독일의 히틀러도 이 차를 탔다. 지금은 단종된 BMW L7은 태국과 브루나이·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서 구입했다. BMW 7시리즈를 늘여 리무진으로 바꾼 이 차의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50㎞, 배기량은 5.4L이다.

 취미 삼아 자동차를 수집하는 국왕들도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수퍼카 수집’이 취미다. 롤스로이스만 150대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모나코엔 ‘왕실 자동차 박물관’이 있다. 레니에 국왕이 93년 개인 재산으로 산 차를 기증해 만들었다. 1903년형 드 디옹 부통부터 86년형 람보르기니까지 명차들이 전시돼 있다. 워낙 관리를 잘해 전시된 모든 차는 지금도 달릴 수 있다고 한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