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누구 손 들어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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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보좌진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이회창 대선 출마설'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의 지지층이 지역적으로, 이념적으로 겹치는 데다 당내에선 이명박 후보의 당 화합책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이회창 전 총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전 총재가 정말 출마하고, 박 전 대표가 그의 출마에 힘을 실어줄 경우 대선판 자체가 새로 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박 전 대표가 외면할 경우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작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해 발언을 아꼈다.

그는 2일 국회 환노위 국감장에서 기자들이 '이회창 출마설'을 묻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지난달 26일 기자들이 같은 내용을 물었을 때는 "(이 전 총재가 대선에) 나오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지원 또는 연대를 묻는)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김무성 "이회창 출마 안 된다"=박 전 대표 측의 기류는 두 갈래다. 우선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박 전 대표 측근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이 전 총재와는 예를 갖춘 대화를 통해 협상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좀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그는 "현 시점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대선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출마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호의적인 쪽도 있다. 경선 후 이 후보 측에 대해 쌓인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사람들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 박 전 대표가 말을 아끼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의 핵심은 이 후보에 대한 국민적 평가이며 이 후보가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일부에선 "요즘같이 '정치가 생물'이란 말이 실감날 때가 없다"고도 했다. 몸값이 치솟는 박 전 대표 역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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