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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요인터뷰>企協중앙회朴尙圭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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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추석을 앞둔 요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불안.초조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올해는 중소기업사정이 유독 어려운 듯하다.최근 부도율이 최악이라 했던 12년전 李.張사건 다음으로 높아졌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정부당국이나 은행 ,각급연구소등에서는 경기가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고 발표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중소기업상황은 다르다.판매도 잘 안되는데다 장기어음을 받다보니 그나마 자금회전마저 잘 되지않는다.그러나 당장 돈쓸 곳은 많다.자재값에다 월급. 추석보너스등….중소기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朴尙奎회장(58)을 本紙 金元泰산업부장이 만나 요즘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인력.기술문제,개방시대의 중소기업 해외진출방안등에 대해 들어봤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1년도 더 지났습니다.후유증이 가라앉을 때도 됐는데 요즘 부도가 부쩍 늘고 중소기업자금사정은 말이아니라는데….
▲섬유나 신발등 사양업종의 자금난이 특히 심합니다.중소기업의자금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근본적 대책없이 응급처방으로만 대처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요.가장 중요한 문제는중소기업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을 때 자금등을 보다 과감히 지원해 주라는 겁니다.
-신정부 들어선 다음 어음결제기간이 단축됐다가 또 늘어난다면서요. ▲그렇습니다.한동안 3개월어음이 자리잡는가 싶었는데 다시 길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거래 상대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그럴겁니다.
-어음결제기간은 항상 문제가 되는데 해결방법이 없겠습니까.
▲물건을 팔고 그 代金으로 받는「어음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기업들이 물건을 사고 팔때 현찰을 주고 받자는 거지요.
물품대와 관련한 어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와 대만.
이스라엘 3개국 뿐이라고 들었습니다.일본과 미국에 는 이같은 어음제도가 없습니다.원자재 살때는 현금을 주고 물건을 팔때는 어음받는 거래관행을 고치는게 근본치료책이에요.
-최근 정부당국은 2조원을 추가로 풀어 중소기업 자금난을 덜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는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입니다.정부에선 대출해 주라고 해도 실제 금융기관에서는 담보부터 챙기게 되니 그렇지요.요즘은 1백30%의 담보를 대야합니다.1억원을 대출 받으려면 1억3천만원의 담보가 필요하지요.담보대출관행이 바뀌어야 중소기업 자금난이 덜어집니다.
-정부일각에서는 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다 보면 많은 중소기업이부도가 나기도 하지만 창업도 많이 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을 전혀 안해본 사람들이 卓上에서 하는 얘깁니다.설립 5년이내의 기업에 관한한 그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그러나 차린지 5년이 지나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기업이 무너진다면 심각하게 봐야지요.
자금난 뿐아니라 높은 인건비상승도 중소기업경영을 어렵게 하고있어요.대기업의 과격한 분규는 심리적으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기업의욕을 꺾어 놓아요.최근 들어 스스로 기업을 정리하는 중소기업자가 많습니다.
-올해 정부의 물가억제목표인 6%대가 위협을 받아 일부 업종에서는 억지춘향격으로 제품값을 내리고 있고 통화당국도 냉탕온탕식의 통화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통화량조절방식에 불만이 많습니다.어음할인규모는 기업별로 할당돼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할인이 막혀 버렸습니다.정책이 이래도 되는지 답답합니다.
-인력난은 어느정도입니까.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자금난보다 인력난을 더 애로요인으로 꼽을 정도지요.올해 수치상 평균임금 인상률이 한자리 수로 비쳐지지만 실질적으론 14~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뒤집어말하면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경쟁력 약화요인이 되고 있지요.
인건비자체도 문제지만 인력자체를 구할 수 없다는데 더 심각성이 있습니다.중소기업에서는 공대출신자를 구하기도 힘듭니다.工專이나 工高출신자도 쓰기 어렵긴 마찬가집니다.
-어느 정도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십니까.
▲줄잡아 업체마다 대개 20%정도는 부족할 거예요.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력을 늘려야 합니다.20만명의 해외인력은 더 들여와야 인력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겁니다.
-인력수입에 대한 외국의 예는 어떻습니까.
▲대만이 1천6백만 인구에 30만명이상의 외국인력을 쓰고 있고 싱가포르는 3백20만 인구에 20만명,독일은 6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일본도 사실상 1백만명이 넘을 겁니다.
-인력수입에 따른 부작용도 많을텐데요.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다만 불법해외인력만큼은 정부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내 보내야 할 것입니다.
불법인력은 산업연수인력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싸고 우리의 고용패턴에도 큰 영향을 주거든요.산업연수 인력은 한달 인건비가 2백60달러입니다만 불법인력은 5백~7백달러,심지어 1천달러까지 치솟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은 무엇이 문제인지요.스위스평가기관에서 발표한 국가별 경쟁력평가에서도 우리 기술력이 아주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이라도 공정개선등과 같은 보통 기술개발은 누구나 할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중소기업이 첨단기술을 개발해 어렵사리 신제품을 만들어도 판매로 잘 이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입니다.기존의 거래선이나 수입업자들이 구매처와 단단히 연 결돼 있어 판로개척이 어렵고 경우에 따라선 외국기업이 덤핑으로 신제품개발기업을 도산시키는 사례마저 있습니다.정부나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내년의 WTO(세계무역기구)체제 가동에 앞서 그 동안 쳐둔정부의 중소기업보호막이 거두어지고 있습니다.지난 1일자로 해제된 58개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만….
***中企보호정책 계속돼야 ▲불만이 많습니다.新체제가 가동되면 그때가서 하면 되지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어요.또 중소기업보호정책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미국이나 일본도 중소기업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정책등은 엄연히 있습니다.
全經聯에서는 고유업종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으며 가능한 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대기업들을 보세요.해제가 무섭게 시설투자규모를 늘리려 하고있지 않습니까.
-중소기업이 너무 정부보호에 안주하려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은데요. ▲아직도 중소기업은 보호막이 없다면 설 땅이 마땅챦습니다.그러나 마냥 단체수의계약 물량등에 안주해서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에 소홀한다는 지적만큼은 유념해야 할 거예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전략은 어떤게 있습니까.
▲현재 멕시코와 페루에 중소기업전용공단을,파라과이.브라질.아르헨티나 3국 접경지역에는 중소기업제품 공동전시판매장 건립을 추진중입니다.미국 뉴욕에도 중소기업 전용판매장을 설치할 계획이구요. -국제화시대 우리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位相은 어떻게 정립돼야 한다고 봅니까.
▲특혜를 주더라도 중소기업만큼은 육성해야 합니다.일본의 중소기업비중은 전체경제의 60~70%가 됩니다.우리는 겨우 40%를 넘을 정도예요.적어도 일본수준에 이를 때까지 지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돼야 진짜 기업자율경쟁 여건이 마련되 는 것 아닙니까. ***전체기업 70%線 바람직 -企協중앙회가 그 동안 정부기업정책에 대해 많은 건의를 했습니다만 중소기업의 어려움을제대로 대변하진 못했다는 지적도 있거든요.
▲나름대로 한다고 했습니다만 전체 중소기업의 고충을 다 대변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내년봄에 企協회장 선거가 있지요.다시 나오시게 됩니까.
▲지난번 선거 때 두번은 해야겠다고 유권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유권자인 조합장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겠지요.
〈정리=洪源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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