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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최고 영예 지·덕·체 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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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44개국 46명의 미인이 참가한 제20회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세계대회가 1일 밤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지·덕·체 등 12명의 수상자가 포즈를 취했다(왼쪽부터). 야신 에브라함(에티오피아·탤런트상)·야우헤니야 니아론스카야(벨로루시.포토제닉상)·이랑진(한국·미스 세시상·라야네 모라이스(브라질·인기상)·추쿠두벰 우손와네 오그부아구(나이지라아·본상-體·탤런트상)·알렉산드라 플레미크(독일·본상-智).리타 베르노타이테 (리투아니아·본상-德)·소텔로 스테이헤르(멕시코.민속의상상)·고메스 살라사르(베네수엘라·네티즌상)·나산(중국·메세나 뷰티상)·간프레트 카우르(뉴질랜드·성실상)·알리나 셀레즈뇨바(크리미아·포즈상). [사진=김성룡 기자]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1일 오후 열린 제20회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WMU) 결선대회. 러시아 대표로 참가한 율리아 유가이(18.사진)의 아버지(42)는 카레이스키(고려인)의 아들이다. 푸른 눈과 날선 코의 유가이는 전형적인 러시아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두 카레이스키다. 중앙아시아인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해 온 두 사람은 그곳에서 유가이의 아버지를 낳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러시아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사라토브 공과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가이에게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어머니를 쏙 빼닮은 유가이와 달리 아버지를 닮은 동생(16)의 외모는 완전한 한국인이라고 한다. 유가이가 "미인대회에 나간다"고 하자 처음에는 아버지가 반대했다. 아버지는 딸이 공부에 집중하길 원했다. 그러나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대학생들만 참가하는 '지성의 축제'라는 말을 듣고 "한국을 보고, 나에게 얘기해 달라"며 허락했다. 아버지는 한국에 가본 적이 없다.

유가이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10월 초부터 서울에서 합숙훈련에 참여했다. 환경사랑 자전거 캠페인에 참가하고, 환경 포럼에서 주제를 발표하고, 장애인 시설을 찾아 봉사하고, 국제 자선단체 기금을 위해 자선 바자를 하는 바쁜 일정이 이어졌다. 그는 "미인대회라기보다는 지식을 쌓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강의를 들을 때는 학술대회에 온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유가이는 이날 어떤 상도 타지 못했다. 그러나 "언어와 피부 색깔은 다르지만, 아름다움과 재능이라는 우리들의 특별한 장점을 살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는 뜻깊은 대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WMU 최고의 영예인 '지(智.대상)'에는 독일에서 온 알렉산드라 플레미크(22.두이스버그 에센 대학)가 차지했고, '덕(德.2위)'에는 리투아니아의 리타 베르노타이테(24.마이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가, '체(體.3위)'에는 나이지리아의 우손와네 오그부아구(21.남디 아지키웨 대학)가 선정됐다. 플레미크는 "한 해 동안 세계 곳곳에서 뜻깊은 봉사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오그부아구는 "한국의 문화를 경험해 기뻤다"며 "특히 한복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김범수와 탤런트 최여진의 MC로 진행된 결선대회는 드러머 최소리씨의 '평화의 북소리'로 시작됐다. 대회의 슬로건은 '손에 손잡고 사랑을'이었다.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안무를 선보였다. 그들에게는 '평화봉사단 임명장'과 '국제백신연구소(IVI) 홍보대사 위촉장'도 수여됐다. 민속의상을 입고, 자국의 전통을 알린 '민속의상 퍼레이드'는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가수 크라운J, 이루가 축하 공연도 했다.

대회에 참가한 44개국 46인의 미인은 스스로를 '평화와 봉사의 사절단'이라고 부른다. WMU 대회에는 수영복 심사가 없다.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적인 충실함을 중요시한다. 지난 3주간 '평화.환경.봉사'를 주제로 한 합숙은 고스란히 본선 점수에 반영된다. 본선 수상자의 타이틀도 '진.선.미'가 아닌 '지.덕.체'다. 이 대회가 상업성 논란에 휩싸인 다른 미인대회와 차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WMU는 86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 평화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강인식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카레이스키(고려인)=러시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연방 내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1863년부터 농민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 우수리강 유역에 정착한 이래 많은 농업 이민이 이 지역으로 건너갔다. 일부는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망명 이민도 있었다. 현재 옛 소련 연방 지역에 살고 있는 고려인 수는 총 4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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