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두 마리 토끼' 다 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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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롯데호텔에서 1일 열린 LG전자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이 회사 이영하 사장<左>이 에너지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선두권 기업들이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한두 가지 주력 상품이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는 대신에 다양한 제품과 전략을 두루 갖춰 시장 공략 경로를 더 많이 개척하려는 시도다.

‘고가냐 저가냐’ ‘가격이냐 품질이냐’ 양자택일했다가 빠질 수 있는 위험을 덜어 보자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법’인 셈이다. 경영 예측이 힘들어지고 경쟁은 격화하는 데다 고객·시장마저 급속히 세분화하는 경영 환경이 기업들의 이런 변신을 재촉한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필립 파커 교수도 이런 경영 전략을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라고 소개하고 ‘모순(패러독스·Paradox) 전략’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올인’은 곤란하다=LG전자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롯데호텔에서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에너지 솔루션은 에너지와 관련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에너지 시스템 제품의 개발과 제안부터 설계·시공·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고객 맞춤형 에너지 컨설팅을 제시한다. 가전과 휴대전화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구상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관련 연구개발(R&D) 인력을 올해 1200명 채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2100명을, 엔지니어링 영업 인력도 4000명 충원키로 했다. 기술 개발에 3년간 2200억원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이 회사의 이영하 사장(DA사업본부장)은 “에어컨 기술력과 에너지 솔루션을 연계한 신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며 “에너지 솔루션은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하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올인 전략을 수정해 ‘메모리-비(非)메모리 양 날개 편대’ 로 사업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업체 ‘트랜스칩’을 전격 인수한 데서 그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부사장(IR팀장)은 “생산 공정 분야 개선에 집중될 이번 투자로 원가 격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저가 시장 다 잡는다=독일 고급차에 대항할 대형세단 BH(일명 제네시스) 출시 준비에 한창인 현대·기아차그룹은 한편에선 6000∼8000달러(640만∼720만원)대의 초저가차를 선보인다. BH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겨냥했다면, 초저가차는 인도·중남미·동유럽 등 신흥 시장을 향한 전략 모델이다. 이 회사 이재완 상품전략총괄본부장은 지난달 24일 도쿄 모터쇼에서 “초저가차는 플랫폼부터 완전히 다시 개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40인치대 PDP TV 생산에만 주력하던 전략을 바꿔 얼마 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32인치 PDP TV를 내놨다. 이 회사는 또 샤인폰·프라다폰 등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신흥 시장을 겨냥한 100달러 미만의 ‘프리미엄 저가폰’ 개발을 서두른다.

표재용·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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