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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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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박정희(37·서울 용산동)씨는 요즘 장보기가 무섭다. 올 초만 해도 한 통에 700∼800원 하던 무가 요즘 한 개 3000원을 넘는다. 그나마 크고 통통한 무는 4000원 가까이 한다. 한 단에 1000원이던 시금치는 2000원으로 뛰었다. 어느새 1000원 이하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는 찾기 어렵게 됐다. “1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살 게 없다”며 한숨을 쉬는 박씨는 “비싼 과일은 엄두도 못 내고, 채소도 맘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심상치 않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은 것은 2년5개월 만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더 뛰었다=장바구니 물가는 사정이 더 나쁘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의 가격 상승 정도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나 올랐다. 생선·채소·과실 등 신선식품 상승률은 11.6%였다.

상승률 상위에 오른 항목도 실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많다. 양배추(182.6%), 호박(94.0%), 오이(87.6%), 상추(77.3%), 파(75.6%), 간장(23.1%) 등 먹거리들이 줄줄이 상위를 차지했다. 돌잔치가 있을 때마다 챙기는 금반지도 22.8%나 뛰었다. 경유(10.6%)와 휘발유(7.8%)가 많이 올라 승용차 이용자,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내버스(12.7%), 전철료(11.3%) 등의 상승률도 10%를 넘었다.

◆내년이 더 걱정=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값도 국내 물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제 곡물 등 각종 원재료 가격 상승이 소비재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과자·당류 제품은 지난해에 비해 4.3%, 음료 가격은 6.7%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같은 물가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유가 및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멈출 기미가 안 보이는 가운데 겨울철 난방용 석유제품 소비는 늘 수밖에 없다. 채소류 가격 상승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 비닐하우스에서 상추 등 채소류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한데 높은 기름 값 때문에 생산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물가 상승률을 3% 밑으로 낙관했지만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최소 3%대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유가 상승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내년엔 특히 물가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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