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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의패션리포트] "멋진 스타 만들기는 멋진 대중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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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코디 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이 있다. 단순한 ‘의상 담당’에서 이제는 스타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조언해 주는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제 그들은 ‘스타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린다. 이 시대 톱스타의 이미지 메이커인 스타 스타일리스트 이선희·김효성, 두 사람을 만났다.

"멋진 스타 만들기는 멋진 대중 만들기”

Q. 장동건과 12년이라니 … 솔직히 부럽다.

A. “동건씨가 막 떠오르는 신인에서 당대의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했다. 동갑이라 지금은 동료이면서 친구 사이랄까. 일할 때도 그가 내게 지시하기보다는 스타일리스트의 전문 영역을 인정해 주고 내게 자문을 구하는 편이다. 동건씨는 갈수록 감각이 좋아져 지금은 패션을 즐기는 수준이 됐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의 스타일링은.

A. “2003년 청룡영화제 시상식 때. 그 전까지만 해도 모범적이고 깔끔한 스타일만 추구했던 동건씨에게 이번엔 내가 원하는 대로 한번 맡겨 보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를 섹시한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 트렌디한 감색 블루종(캐주얼하게 주머니가 달린 재킷)에 V네크라인으로 파진 캐시미어 니트를 매치하고 화이트 팬츠를 입혔다. 윗부분을 많이 살린 헤어스타일에 수염을 약간 기르고 선글라스로 마무리하니, 그 모습은 단연 그날 밤 최고의 화제였다. 다른 촬영 때문에 시상식에 못 갔는데 행사가 끝난 뒤 동건씨가 일부러 전화해 의상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워 자기 휴대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라면서 좋아했다. 그때부터 동건씨는 패션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이후 2004년 청룡영화제 때에도 당시로서는 결혼식 예복이라고만 여겨졌던 턱시도를 과감한 헤어스타일과 매치하자는 나의 아이디어로 그를 설득했고, 결국 우리는 아르마니 벨벳 턱시도에 세 시간 동안 공들인 헤어스타일로 그 어느 스타보다 주목받았다.”

Q. 장동건의 패션에 대한 감각은.


A. “전문가인 나도 가끔 놀란다. 동건씨는 디자이너 톰 포드가 구찌를 떠났을 때 정말 아쉬워했다. 톰 포드가 만들던 구찌의 남성복 모델 사이즈 샘플 거의 전부가 그에게 잘 맞았다. 최근에는 버버리의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너무 좋아한다. 홍콩에 갔을 땐 룩북만 보고 거의 모두 구입했을 정도. 요즘엔 에르메스의 내년 봄 컬렉션과 국내 디자이너 정욱준의 옷도 눈여겨볼 만큼 센스가 대단하다. ”

Q.스타 스타일리스트로서 느끼는 보람.

A.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국내 남성복 패션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브랜드도 몇 개 안 됐고 스타 스타일링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의 패션이 일반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류 덕에 국내 스타의 스타일이 세계적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스타들로 인해 대중까지 더 멋있어지고 패션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보람 있는 일이다.”

"생활 습관까지 파악해 의상디자인에 적용”

Q. 대부분의 스타는 본인의 이미지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A. “이영애는 본인의 주관이 뚜렷한 편이지만 변화도 받아들인다. 광고에서 보면 8~10개의 광고를 찍을 때도 조금씩 조금씩 다르게 본인의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매우 고민하고 애를 쓴다. 자신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능한 변화를 시도한다. 그럴 땐 스타일리스트와 매우 자세하고 섬세하게 대화를 나눈다.”

Q. 스타의 의상은 어떻게 결정되나.

A. “이영애씨의 드레스 대부분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 의뢰를 해 만들었다. 지난 백상예술대상에서 입었던 검은 롱 스커트와 흰색 블라우스(우아한 여신 같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차림 역시 영애씨만을 위해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 이영애씨는 지나치게 돋보이는 스타일보다는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을 선호한다.

Q. 연예인 스타일리스트와 여느 스타일리스트는 뭐가 다른가.

A. “대개 패션잡지 화보의 모델용 의상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주는 일과 스타 스타일링은 많이 다르다. 스타는 마네킹처럼 완벽한 신체 조건의 모델과는 달리 현실적이므로, 약간의 결점도 있다.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하므로 단순히 패션 트렌드에 맞추는 것과는 다르다.”

Q. 까다로운 톱스타 스타일링 어렵진 않은가.

A. “톱스타들은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해서 평소 패션뿐 아니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이영애씨는 미술을 좋아해 갤러리에 자주 같이 간다. 물론 모자를 쓰고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꾸며서 말이다. 작품을 보면서 영애씨가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색감을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하기도 한다. 전지현씨 스타일링에는 트렌드도 충분히 반영하며 대담한 모험도 가끔 한다. 지현씨 체형이 돋보일 수 있게 하는 편인데 순수한 모습에서 도발적이고 섹시한 것까지도 변신이 가능한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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