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北.美관계 숲을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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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韓昇洲외무장관이 또 美國에 갔다.작년에 두번,올해 네번째 美國 방문이다.그동안 美국무부의 갈루치차관보가 몇차례 서울에 왔던걸로 알고 있다.그러나 아직 크리스토퍼장관은 北核문제로 온적이 없다.韓외무장관만 일방적으로 워싱턴을 뻔질나게 내왕하고 있는 것이다.외교의모양새로 보아 별로 좋을게 없다.
韓장관이 美國을 방문할 때마다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모습이 안쓰러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특히 이번 워싱턴방문에 나서고 있는 韓장관의 표정은 더욱 초췌한 느낌이다.
그동안 北韓핵문제와 北-美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부처마다 異見이 드러남으로써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돼왔다.그럴때마다 여론과 언론이 과민반응을 보임에 따라 상황이 더욱 혼돈스러웠다.
美워싱턴 포스트紙는 최근 美國의 급속한 對북한 접근 움직임에대해 韓國측이 거의「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韓國民의 美國에 대한 태도는 늘 이중성을 드러내왔다.對美관계에 문제거리가 없을때는 자주적 자세를 취하다가도 양국관계가 악화되거나 美國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다.이번 韓장관의 訪美를 놓고 한 외교문제 전 문가는 眞半弄半의 표현으로「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규정했다.비록 美國이제 갈 길을 가고 韓國이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더라도 최소한「공동보조」의 모양새는 갖추자는 생각에서 마련된 訪美라는 지적이다. 크리스토퍼장관은 韓장관과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미국은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韓美관계의 중요성을 손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을 확인한다』고 명확히 다짐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또 한가지 명확한 점은 北韓과의 관계개선에 진전을 보여야하는 일이다.불행하게도 그와 클린턴대통령은 아직 이렇다 할 외교문제해결실적이 없다.보스니아에서도 그렇고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다.굳이 실적이라고 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워싱턴에 불러모아 악수하게 한것 정도다.크리스토퍼 외교팀은 3개월전까지 만해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였던 北韓의 과거核에 대해 지금은 덮어두고 지나가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韓昇洲 외교팀도 북한의 未신고 핵폐기 시설에 대한「특별사찰」에 융통성있게 화답했다.용어에 구애받지 않고 실질적인 사찰만 이루어지면 무방하다는 신축성을 내보인 것이다.
어차피 외교정책도 국내정책과 마찬가지로 현실상황속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선택 결정과정이다.여건과 상대가 있기 때문에 때로는 타협도 불가피해 진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반드시 갖춰야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長期전략이다.이것만 확실하다면 그때그때 전술적 조치에 방향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北韓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駐韓미군의 철수가 그들의 궁극적인 입장이란 점이다.미군이 주둔하는 한 그들은 核개발등「자위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설사 현상황에서의 선택결정으로 북한에 대해 경수로 건설을 지 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기존 對美.對南전략을 종결짓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확실히 해야하는 것이다.
이 말은 美國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가령 이제 美國에 있어서 韓國은 冷戰체제때 對蘇봉쇄 차원의 안보 중요성이감소됐다는 현실이 인식돼야 하는 점이다.아울러 美國은 결국 北韓과의 관계개선을 향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인식 돼야 하는 것이다. ***長期전략수립 필요 이러한 상황인식만 확고하게 올바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온 혼돈과 불안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이미 피곤해 있는 韓장관의 訪美수고도 덜수 있을것이다.韓國型 경수로를「받겠다」「안받겠다」오락가락하는 北韓 강석주의발언에 一 喜一悲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金日成사망에 대해弔問발언한 갈루치에 대해도 격분하지 않을 것이다.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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