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총장 중도사퇴 … 연세대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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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편입학 청탁과 관련해 부인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30일 총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 연세대 캠퍼스 안에 있는 총장공관 정문이 닫혀 있다. [뉴시스]

30일 낮 12시 연세대 핀슨홀 2층 회의실에서 연세대 재단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정창영(64) 총장의 부인인 최윤희(62)씨가 편입학과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사회의 주제는 정 총장의 거취였다.

연세대 이사진은 기독교 각 교단 인사 4명, 동문회 인사 2명, 사회 유명인사 4명과 총장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논의 대상인 정 총장 본인은 불참했다.

정 총장은 이날 오전 방우영 이사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그는 끝까지 결백을 입증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음을 바꿨다는 후문이다.

이사회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이사는 '여기서 총장이 그만두면 의혹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반발했다. 회의 5시간 만에 '총장이 학교의 명예를 생각해 용단을 내리는 게 맞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후임 총장 문제는 다음 이사회로 미뤄졌다.

정 총장의 낙마에 연세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총장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아 중도에 사퇴하기는 개교 1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수평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총장 부인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다. 사건의 진실이 빨리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 강효순(28.전기전자)씨는 "정말 부끄럽고 당혹스러운 일이다. 총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옳다"고 말했다. 연세대 홈페이지 게시판엔 "총장이 스스로 전모를 밝히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연세대는 "총장의 임기 중 사퇴가 전례 없는 일이라 사후 절차는 재단 이사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연세대 정관에 따르면 '총장 유고 시에는 교학부총장이 임무를 대행한다'고 돼 있다. 정 총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연세대는 정 총장의 남은 임기를 윤대희(56.전기전자공학 교수) 교학부총장의 대행체제로 마치는 방안과 재선거를 치르는 방안 중 하나를 결정할 방침이다.

재선거가 치러질 경우 교수평의회 회원과 일부 직원은 직접 선거를 통해 최다 득표자 2명을 재단 이사회에 추천한다. 재단 이사회는 이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 총장의 부인 최씨는 연세대 치의학과 편입학 청탁과 관련해 학부모 김모(50)씨에게서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총장은 "사업에 실패한 아들을 도우려고 돈을 빌렸다가 나중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최씨를 출국 금지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우선 소환 대상자와 일정을 검토하는 등 기초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김씨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와 김씨가 돈을 주고받은 경위와 올해 초 연세대 편입학 시험에 위법성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편입학 시험 자료를 연세대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

특히 연세대 편입학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 전날인 1월 24일 최씨가 주변 사람들으로부터 김씨에게 갚을 돈을 급하게 구했다는 주장이 나와 그 경위도 파악할 방침이다.

최씨와 김씨 사이의 금전 거래가 처음부터 편입학 청탁 대가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씨의 변호인은 "최씨가 2억원을 빌려 아들의 채무 변제로 7000만원 정도를 썼다가 모두 갚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철재.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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