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타들의 사랑 "감정 몰입하다 착각에 빠지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예인들의 잇따른 결혼, 파경 소식에 같은 스타끼리 결혼한 부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알랭 들롱과 로미 슈나이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스타는 같은 스타끼리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는 왜 스타에게 끌릴까.

”스타는 스타를 좋아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저서 ‘스타(Les Stars)’에서 “스타는 특히 스타를 좋아한다”고 규정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케이블과 코미디계의 섹시 스타 캐롤 롬바드. 1939년 치러진 이들의 결혼은 당시 영화와 코미디 제왕끼리의 만난 최상의 결합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무성영화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스타’의 원조 격인 배우 더글라스 페어뱅크스는 상대 역 메리 픽포드와 결혼에 골인했다. 할리우드에도 마이클 더글라스―캐서린 제타존스를 비롯해 12년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수잔 서랜든―팀 로빈스 등 스타 커플이 무수히 많다. 국내에도 연예인 잉꼬 부부의 원조 격인 신성일―엄앵란, 차인표―신애라, 유동근―전인화, 최수종―하희라, 이재룡-유호정 등이 있다.

“촬영장에서 사랑을 느껴”

심리학자들은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근접성’과 ‘동질성’을 빼놓지 않는다. 가까이 있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신인 여자 탤런트 김모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연예인끼리 결혼하는 게 이해가 간다”며 “한 작품을 찍으려면 사랑하는 감정을 가져야 하는데 극에 몰입하다 보면 자꾸 그 사람을 쳐다보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일일 드라마를 찍을 때 상대역인 남자 선배를 보며 설레는 감정을 느꼈고 다른 작품에 들어가니 마찬가지로 상대역이 정말로 좋았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을 좋아하는 역할의 남자 배우가 실제로도 본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의 교감이 실제 연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은 영화 ‘폭풍의 질주’에서 만났고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멜라니 그리피스는 영화 ‘투머치’ 촬영장에서 만나 결혼했다. 모랭은 “스타가 자신을 스크린 상의 인물에 가장 효과적으로 밀착하는 것은 사랑의 장(章)에 있어서다”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정체성과 비슷함을 느끼는 동질성도 끌림의 원인이다.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씨는 “스타라는 위치는 대중들에게 노출을 피할 수 없고 자신의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마음을 나눌 데가 없어 고립감을 많이 경험한다”며 “그래서 동질감을 느끼는 같은 연예인끼리 끌린다”고 말했다. 생활 패턴도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위안을 주고 받기도 쉽다. 앞서 말한 신인 탤런트 김모씨도 “같은 연예인과 결혼해 함께 일할 때 일하고 쉴 때는 함께 봉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남선녀들이 만나는 경우 자신과 신체적 매력이나 사회적 지명도 면에서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선택한다는 ‘유유상종’효과’도 적용된다.

스타의 사랑, 동전의 위험한 양면

예전에는 스타의 결혼이 곧 인기 하락을 의미했지만 이제 결혼은 되레 인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지영ㆍ남성진, 홍은희ㆍ유준상 부부는 톱스타들은 아니었지만 결혼 후 호감을 얻으면서 광고에 함께 출연하는 등 서로 인기가 높아지는 ‘윈윈효과’를 얻었다. ‘금발의 곱슬머리 소녀’ 에 불과했던 메리 픽포드는 페어뱅크스와 결혼한 뒤 할리우드의 실세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스타끼리의 사랑과 결혼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유명한 아내(선우은숙)를 둬서 결혼 생활이 불편했다던 이영하의 고백이나, 잉꼬부부 콤플렉스가 힘에 겨웠다는 연예인들의 뒤늦은 고백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모랭이 “팬들은 스타가 결혼하면, 곧 이혼하기를 기다린다” 고 말했듯 그들의 사랑과 이별은 대중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미혼 남녀 절반 이상이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이 들릴 때 마다 결혼 생각이 없어진다”고 답하기도 했다. 따라서 스타들은 그들이 본인을 ‘공인’이라고 자처하는 한 사랑과 이별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차린 손숙씨는 “(연예인에게) 만에 하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면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은 해야 한다”며 “팬들도 그들에게 분명하고 납득이 가능한 이혼 사유가 있다면 그들의 새로운 삶에 대해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