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사람>퓰리처상수상작 코문야가著 "NE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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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Neon Vernacular』.코문야카씨에게 올해 퓰리처상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시집제목이다.이 책은 지난해(1993) 처음 출판됐는데 1992년 발행된 Magic city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발표한 그의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엮은 것이다.『책의 제목 Neon Vernacular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띄는 흐트러지고 허술한 일면을 나타내는 영상이다.Neon은 밤(night)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대부분의 시는 밤에 생성된다』고 코문야카씨는 설명한다.
『나는 나를 인간적으로 감동시키는 모든 것을 문자로 표현하고자 한다.다시 말해 인간에게 흔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평범한화젯거리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요구되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나 詩라는 매개체로 표현하려고 한다는 것이 다.나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시인이다.왜냐하면 인간은 희노애락의 감정을 타고 나는 데다 주위의 대상에 따라 감정이 분출되는존재이기 때문이다.문제는 그에게 시를 쓰고자 하는 의지와 인내가 있느냐 없느냐다.물론 예술가라면 적어도 사물 을 인식할 수있는 능력과 통찰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겠지만….』 시인은 대개 사고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기이하고 개성적이어야 한다고 한다.그러나 코문야카씨는 이상하리만큼 모호함과 복잡함 그리고 둔탁한 메아리를 좋아한다.
대부분 그의 시는 자전적인 사실,즉 베트남에서의 병역 기간과어린시절에 일어난 사건들이 일상생활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채색된경험들을 다루고 있다.『나는 나의 시를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公的인 것으로 생각한다.그러므로 내 시의 내면 에 흐르고 있는주제와 상상력은 나의 家庭,그리고 베트남에서의 체험과 관련된 心像 혹은 影像으로부터 분출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단순히 상을 탈 목적으로 시를 쓴다면 그것은 시인의 순수한 의도가 아니며,오히려 수상은 2차적이어야 한다.내가 시에접근하게 된 것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꿈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였다.다시 말해 한순 간이라도 시를 안 쓰고는 못 배길 어떤 절박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시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시에 접근할 때 이성을 앞세우는 것처럼 우스운 것도 없다.시의 매개체는 감정이다.극단적으로 말해 시는 객관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정은 가까운 주위를 맴돌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마음에 영합하여 일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사람들의 정신을만족시켜온 낱말 가운데 시는 최고의 충전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金世中(단국대교수.영문학) 유세프 코문야카씨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70마일 떨어진 루이지애나주 보갈루사에서 태어나 성장했다.가난한 농가의 5형제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시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아들이었다.
『모든 어린이가 그렇듯이 저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야만 했습니다.그 덕택으로 저는 성경에 흥미를 느껴 그것을 두번이나 독파하게 되었고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또한 저는 우연히 제임스 볼드윈의 수필집 『아 무도 내 이름을 모른다』를 접하고 열심히 읽게 됐는데 그것이 저를 시인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지요』라고 그는 말했다.
1968년 코문야카씨는 육군에 자원 입대,베트남전선에서 1970년까지 복무하였다.그는 거기서 정보 전문가이며 군인 신문 『The South Call』의 편집책임자로 전방에서 날아온 보고를 모아 기사화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다.그 결과 로 「브론즈스타」(Bronze Star)상을 받게 되었다.그는 귀향하여 1973년부터 시를 쓰면서 콜로라도대학과 대학원을 잇따라 졸업했다.다시 어빙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원을 우등으로 졸업한 그는뉴 잉글리시와 뉴올리언스에서 교직에 종사하고 있는 동안 현재의부인 맨디 세이어를 만나 1985년에 정식으로 결혼하였다.
1985년 코문야카씨는 교환교수로 인디애나 대학으로 갔다.그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대학의 부교수로 詩作法과 詩創作을 강의해오고 있다.
그는 올 퓰리처 수상작품 『Neon Vernacular』를 포함해 지금까지 8권의 시집을 집필한 정력적인 시인이다.
저격병이 쏜 총알 앞에 나무가 서있으니 고마워라 왜 풀이 떨릴까 채 알기도 전에 베트콩이 멀리서 내게 무반동총을 겨누었다. 잇따라 속삭이며 스쳐간 어떤 소리는 내게 일러주었다.
어느 발을 먼저 내딛고 전진해야 할지를.
그는 커다란 풀과 잠시 어울려 춤을 추었다, 마치 여인과 춤을 추듯이.
총신은 화덕처럼 이글거렸다.
그에게 다가서 보니 푸른파리떼가 그를 이미 제것이라고 우겼다. 〈퓰리처상 수상 시집 『Neon Vernacula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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