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세안과 'FTA 스킨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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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경제 맹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쌍방 자유무역협정(FTA) 가속화는 물론이고 항구 간 협력을 강화해 쌍방 무역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홍콩도 이를 위해 아세안과의 금융 등 관련 산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 3대 자유무역 지대가 될 중국-아세안 경제권의 주도권이 중국 손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28일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壯族自治區) 난닝(南寧)시에서 제4회 중국-아세안 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는 중국과 아세안의 정상회담을 방불케 했다. 중국 측에서 쩡페이옌(曾培炎) 국무원 부총리와 리성린(李盛霖) 교통부장,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는데 아세안에서는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총리를 비롯해 10개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아세안 각국 경제 핵심 관료 200여 명도 참석했다.

개막 첫날 양측은 ▶중장기 협력방안 마련 ▶역내 항구 간 협력시스템 구축 ▶항구 건설과 경영 노하우 공유 ▶물류 인력 상호교류 및 교육 협력 등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중국은 역내 항구 간 협력을 위해 중국 항만 경영과 건설 노하우를 아세안 회원국들에 이전하기로 했다. 리 교통부장은 "역내 교역증진을 위한 핵심은 항구 간 협력을 통한 물류시스템 개선"이라고 말했다. 중국에는 모두 1400여 개의 항구가 있으며 지난해 이들 항구에서의 화물처리량은 55억7000만t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 무역의 50% 이상이 항구를 통해 이뤄졌다.

홍콩 무역발전국은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아세안 시장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세안에 선진 항구 경영기법의 전수, 금융산업 진출, 중재무역 강화 등 3개 방면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홍콩 무역의 60%는 중국 대륙과의 무역이어서 아세안과 중국의 수출입 화물의 상당수를 홍콩을 경유하도록 하겠다는 계산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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