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호의등산칼럼>모험과 환상찾는 극지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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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한시라도 떨어져 살 수 없고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자연을 친근하게 여기고 자주 찾는다.그러나 자연은 만만치 않은 곳이기도 하다.특히 極地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인간은 극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해야 했고 경우에따라서는 목숨까지도 바쳐야 했다.그 과정에서 환희와 좌절이라는많은 역사와 드라마를 남겼다.밖에서 쳐다보면 아름답고 멋있게 느껴지지만 내면의 세계에 들어서면 두려움과 혹 독함을 주는 곳이 극지다.
나는 자연의 혹독함을 많이 경험한 편이다.
영하 46도.강한 바람,두가지가 합쳐지면 체감온도는 영하 60도가 넘는다.호흡하기조차 불편하다.얼굴에는 금방 고드름이 맺히고 눈썹은 성애로 쩍쩍 달라붙는다.
수심 4천m가 넘는 얼음바다 위에서 유빙을 타고 방향을 찾아헤맨 적도 있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우는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자연환경을 가졌다는 극지 탐험에서였다.제1극지 북극,제2극지 남극,제3극지 에베레스트가 바로 그 곳들이다.
87년 겨울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사용하던 산소가 다 떨어져 무산소 상태에서 하산을 시도했다.힘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자주 쉬어야 했다.설상가상으로 한쪽 눈마저 장애가 왔다.결국 8천6백m지점에서 산소와 침낭도 없이 하룻밤 을 보내야했다.기압과 산소비율이 평지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곳에서 한계상황을 맛보았다.터질 것 같은 가슴,추위.정말 기억하기 싫은지옥같은 긴 밤이었다.어쨌든 나는 살아 돌아왔다.
한동안 나를 따라다녔던 의문은『아무런 보상 없는 행위에 왜 나는 목숨까지 바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는가』였다.
서양인들은 일찍이 탐험과 도전으로 경험과 시야를 넓혀 왔다.
그에 비해 우리는 도전과 모험의 역사가 거의 없었고 시도의 의사마저 박약한 것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고 생활이다.젊은이들에게 모험은 천덕꾸러기에 귀찮은 일로 전락해 버렸다.
모험이 미덕이 되는 사회는 항상 활기에 차 있다.모험은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사회 모든 분야에 윤기를 준다.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꿈과 모험」을 주기위해 극지를 오르지 않았나 하는 것이 지금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 모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극지를 또 찾을 것이다.새로운 루트,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은 도전할 것이고,그 도전은언제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험에서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한다.오지에 도전하는 것도 용기지만 극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도 그에 못지않은 용기다.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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