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는 마음으로 우리 지역에 구경하러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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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길을~ ♩ 걸어갑니다~♫ ”
누가 불렀는지, 노래 제목은 무엇인지 잘 기억나지는 않아도 가사와 멜로디만큼은 입에 딱 붙지 않으신가요? 김상희의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의 한 대목이랍니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가을 길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나지막하니 콧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히 가을 노래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방구석에 처박혀 부른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노래 맛이 떨어질 것이며, 코스모스 풍경은 또 얼마나 빛이 바랠까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가을 꽃길을 거닐며 살랑살랑 콧노래를 부르는 게 딱 어울리는 풍경 아닐는지요.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 꽃길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가을 햇살이 어우러져 포근하고 소박하면서도 화사하게 빛나는 가을 꽃길로의 여행, 함께 떠나보시렵니까? 코스모스 아니라 그 어떤 꽃길이라도 좋겠지요?

* 강원도 양구군 금강산 가는 길에 국화가 만개했답니다.
강원도 양구군에도 관광객들을 위한 꽃길이 잘 조성돼 있었습니다. 천하제일 금강산 단풍을 보기 전 먼저 눈요기라도 하라는 듯 금강산 가는 옛 길에 국화가 한창입니다. 양구군으로 들어오는 송청다리에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도로변 다른 꽃길이 조성된 곳이 없는지 살펴보려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바로 천지가 꽃길이었던 것입니다.

* 충남 금산군 남이면, 손수 만드는 꽃길로 어서 오세요
충남 금산군 남이면에 관광객과 주민들을 위한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됐습니다. 남이면 매곡리 승강장을 중심으로 길가에 매리골드를 심고 성곡리 개삼터 이북에는 사루비아와 맨드라미를 심어 산뜻한 꽃길이 생긴 것입니다. 남이면의 야심 찬 계획에 따르면, 인삼축제를 대비해 꽃길 가꾸기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으며 축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꽃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길을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 백일 동안의 유혹, 백일홍의 마을 울진
백일홍은 예전과 달리 흔히 보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마음 놓고 백일홍을 보시려면 울진으로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울진읍에서 덕구온천에 이르는 16㎞ 도로에 백일홍 꽃길이 조성돼 산림휴양과 온천관광을 위해 길을 나선 관광객들에게 감동백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답니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백일홍, 날이 추워지면 그 모습을 감춘다고 하니 서두르세요. 잠시 어물어물 미뤄두다가는 금세 사라져버릴 꽃입니다.

사진을 덧붙이진 못했습니다만 전북 진안군에 가면 엄청나게 특별한 꽃길이 있다고 합니다. 이 길은 지자체가 나서서 만든 길이 아닙니다. 단 한 사람의 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2급 조병율 씨가 안천면에 만든 7km 구간의 무궁화 꽃길이 바로 그것입니다. 무궁화 외에도 조씨가 애써 가꾼 백일홍, 맨드라미, 코스모스, 채송화, 메리골드와 같은 10여 종의 꽃들이 수만 그루 심어져 있습니다. 무궁화의 꽃말은 영원, 일편단심이라고 합니다. 중국 한나라 때부터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시각 장애인 남편을 위해 온갖 유혹에도 이겨낸 절세미인의 주검이 무궁화가 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전설의 꽃길과 현실의 꽃길 모두 꽃길 가꾼 이의 사연으로 마음이 잔잔하게 요동칩니다. 꽃길이 마음에 들어서는 듯합니다.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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