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증, 추운 계절 걷기의 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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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S씨. 그녀는 말 그대로 워크홀릭.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하루 10km이상 걷기를 목표로 날마다 보라매공원으로 나선다. 현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지병’인 변비와 소화불량을 걷기를 통해 스스로 치유한 만큼 걷기 운동에 대해서라면 거의 만세삼창을 부를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보라매공원을 돌고 있는데 유난히 생리통이 심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슬슬 찬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한 것도 아닌데 손발이 시려 온몸에 으슬으슬한 기운이 번지는 듯했다. 약간의 냉증이 있는 건 짐작했지만 그 동안은 이처럼 심하지 않았다.
근심스런 마음에 다음날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중증 냉증’이라는 진단과 ‘내복을 생활화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식습관을 고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미니스커트의 열풍이 여전한데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은 이 때에 내복이라니! 본래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뭘 더 고쳐야 한단 말인가! S씨가 이렇게 이래저래 구시렁대는 건 ‘중증’이라는 말에 내심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원 산책이 냉증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의까지 받았다. 이대로 방치해두면 팔과 어깨, 머리에 통증을 유발하고 더 심해지면 불임이나 유산, 자궁근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도 의사는 매우 차분하게 전해주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냉증을 극복하고 다시금 건강하게 산책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녕?

냉증, 제대로 알자
냉증 환자들은 주로 수족 냉증을 호소한다. 통계적으로 보자면, 수족냉증 50%, 하복부 30%, 허리 10%, 무릎 8%이며 보통은 한 부위에서 나타나지만 여러 부위의 냉증을 동시에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냉증은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피가 차고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여 ‘혈허(血虛)’라고도 부르며, 전신적인 순환 장애의 일종으로 본다.
냉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크게 소화기 계통과 생식기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 소화기 계통으로는 중기허약, 비기부족, 만성 소화불량, 설사, 장기능 부족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등이 해당하고, 생식기 계통은 월경불순, 만성질환, 자궁부속기질환, 임신중절을 여러 번 한 경우, 늦게 결혼하여 불임인 경우 등이 있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의 경우 간 기능 저하로 인해 냉증을 앓기 쉽다고 한다. 많은 냉증 환자들에게서 하복부 허약과 간 기능 저하 등을 발견할 수 있다.

냉증, 제대로 잡자
반신욕> 반신욕은 전신 냉증 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물의 온도와 시간 등은 일반적인 반신욕과 동일하지만 냉증 치료가 주요 목적이라면 냉온요법을 겸하는 것이 좋다.
우선 일반적인 반신욕과 마찬가지로,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조금 높은 38~40°C를 유지하고, 물이 배꼽과 명치 사이에 오도록 몸을 담근다. 십 분마다 한 번씩 차가운 물에 손발을 적셔준다. 그리고 물이 미지근해질 무렵 목욕용 소금을 풀어 몸을 이완시킨 다음 다시 더운 물을 공급한다. 땀이 많이 나거나 허약한 체일인 경우에는 몇 분 간격으로 환기를 시켜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한다. 반신욕 시간은 삼십 분 내외로 하고, 잠들기 한 시간 전에 하는 게 좋다. 반신욕을 끝낸 뒤에는 물기를 깨끗이 닦고 양말을 신어 상반신보다는 하반신을 보호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신욕을 한 뒤 정상치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은 반신욕 시간을 줄이도록 한다.
좌욕 > 좌욕은 생식기 냉증은 냉증을 앓는 여성들에게 권할만한 방법이다.
좌욕은 반신욕보다는 훨씬 더 간편한 방법이지만 세균 침투가 쉬운 부위니만큼 좌욕에 쓰일 물은 충분히 끓여 식힌 다음에 사용한다. 좌욕을 하기 전에는 먼저 대야의 위생 상태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욕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세균이 많기 때문에 좌욕용 대야를 따로 마련하고 반드시 소독을 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찜질 패드> 반신욕이나 좌욕을 꾸준히 하기 어렵고 야외 활동이 많은 여성들은 찜질 패드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좌훈 찜질 패드’는 최근 편의점이나 화장품 판매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냉증 예방 찜질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성 패드이다. 쑥과 익모초 등을 함유하고 있어 이를 착용하면 혈액순환에 크게 도움이 된다. 수족 냉증이 심한 사람이나 출산 후 몸조리를 해야 하는 산모들에게 특히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가격은 10개에 1만 원 선이며, 효능은 한 번에 3~4시간 이상 지속된다.

도움말 - 경원대학교 한의학 박사 김이현, 의학박사 송기창.

객원기자 설은영 skrn77@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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