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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쉐이크·확성기 … 인터넷 댓글로 못 쓰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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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방부는 28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제목으로 병역특례.병역기피.병역면제 등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포털 사이트에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이 병역 관련 용어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사용하면서 병역기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로 추가될 단어 외에도 이미 8000여 개의 단어가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쓸 수 없는 '금칙어'로 지정돼 있다. 2003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청소년에 유해한 단어를 선정해 포털에 공식 전달한 718개 단어의 10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금칙어가 급증하는 이유는 하나의 단어를 금칙어로 지정하면 네티즌들이 이를 변형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바보'라는 단어가 금칙어로 지정되면 네티즌은 발음이 비슷한 '밥오'로 변형해 사용하고, 포털들은 다시 '밥오'도 금칙어로 지정하는 식이다.

금칙어는 보통 ▶자살.마약 등 사회 문제 ▶음란물 ▶욕설 ▶저작권 침해 등 네 가지 분류에 따라 지정된다. 하지만 사이트마다 금칙어 선정 기준, 금지 범위가 다르다. 예컨대 게임 사이트의 경우 게임 중 대화창을 통해 '바보'라는 단어를 욕설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금칙어로 지정해 막고 있지만 일반 포털에서는 검색이 허용된다. 또 일부 포털에서는 '바보'라는 단어로 여러 가지 자료를 검색할 수 있지만, 뉴스 댓글 등에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야동'이나 '포르노'처럼 성인인증이 필요한 금칙어도 있다. 검색창에 이 단어를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한 회원만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살' '마약' 'XXX 동영상'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단어는 유해 정보로 등록해 뉴스 자료 등 극히 일부 콘텐트를 제외하고는 아예 검색 자체가 안 되도록 막고 있다.

금칙어가 많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댓글을 달 때 '밀크쉐이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쉐이'가 '새끼'의 변형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네이버 측이 '쉐이'를 댓글 금칙어로 정해 놨기 때문다.

네티즌이 '밀크쉐이크'를 입력하고 댓글 등록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걸러진다. 댓글만 막아 놨기 때문에 검색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른 포털에서는 댓글에서는 '확성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 '성기'를 금칙어로 지정해 놨기 때문에 걸러지는 것이다.

또 각 포털에서는 '바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을 일일이 모니터링한다. '바둑이'가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무작정 막을 경우 보통 개를 의미하는 이 단어가 포함된 모든 게시물이 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지혜 기자

◆인터넷 금칙어=인터넷 포털 등에서 사용할 수 없거나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제한된 단어들을 말한다. 포털 및 인터넷 채팅 업체들은 욕설.음란물 등을 걸러내기 위해 자체 금칙어를 정해 놓고 있다. 게시판.카페.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제한되는 단어도 조금씩 다르다. 일부 커뮤니티의 경우 '섹스'와 같은 단어를 사용할 경우 검색할 수 없게 막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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