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콘서트 열릴 땐 좌석이 앞으로 이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3호 10면

도쿄돔 내부 모습. 일본 최초의 돔구장으로 마운드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등 최첨단 설치를 갖췄다. 중앙포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 겉모습이 달걀과 비슷해 빅 에그(Big egg)라고도 불린다. 도쿄돔은 2005년 이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최를 계기로 일본 야구의 상징에서 아시아 야구의 상징으로 발돋움했다. 최근엔 요미우리 4번타자 이승엽의 맹활약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구장이 됐다.

자이언츠 홈구장 도쿄돔

고라쿠엔 구장과 도쿄돔의 역사
고라쿠엔(後樂園) 구장이 도쿄돔의 전신이다. 1937년 문을 연 고라쿠엔은 도쿄돔이 탄생하기 전까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이자 일본 야구의 상징이었다. 고라쿠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던 시절 요미우리는 65~73년 9년 연속 일본시리즈를 제패하며 최고 명문 구단의 역사를 써 나갔다. 홈런왕 오 사다하루가 77년 메이저리그 행크 에런의 홈런 기록을 깨고 신기록을 작성하는 756번째 홈런을 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인 도쿄돔이 등장한 것은 88년이다. 도쿄돔 개장으로 비가 오는 날이나 태풍이 불어도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야구 경기 외에도 관광으로 도쿄돔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게 됐고, 개장 10년 만인 98년엔 누적방문객 수 1억 명을 돌파했다. 도쿄도 당국이 고라쿠엔 구장 바로 옆에 있던 고라쿠엔 경륜장을 사행성 도박이라는 이유로 72년 폐장하면서 버려지게 된 400m짜리 경륜 활주로가 도쿄돔 지하에 수납돼 있다. 혹시 모를 경륜 부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천연잔디 감촉으로 만들어라”
“도쿄돔에 비하면 한국은 동네 야구장과 다를 바 없다.” 2005년 11월 도쿄에서 열린 1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을 치르고 귀국한 선동열 삼성 감독의 말이다. 도쿄돔 인조잔디는 거의 천연잔디에 가까워 선수들이 마음놓고 뛸 수 있다며 국내 야구의 열악한 인프라를 성토한 것이다.

당시 도쿄돔에 깔려 있던 ‘필드 터프(Field Turf)’는 국내에서는 꿈의 인조잔디였으나, 이미 일본 국내에서는 잇따른 선수들의 부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었다. 결국 2007년 3월 충격흡수력을 향상시킨 ‘개량형 필드 터프’를 깔았다. 모모이 쓰네카즈 요미우리 사장은 “지난 시즌 부상 선수가 많았는데, 인조잔디의 딱딱함이 그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음 같아선 지붕을 뜯고 천연잔디를 깔고 싶다”며 천연잔디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경기장의 중심인 마운드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야구를 해야 하는 보통의 경우에는 마운드를 평평한 그라운드 위에 우뚝 솟게 만들지만, K-1이나 뮤지션들의 콘서트 등 다른 행사들이 있을 때에는 마운드를 내려 가장 높은 부분이 평평한 그라운드와 같은 높이가 되게 한다. 불펜은 안전을 위해 더그아웃 부근을 피해 다른 곳에 따로 마련해 두었다.

놀랍게도 도쿄돔의 좌석 중 일부는 이동이 가능하다. 경기장 양쪽에 있는 1만3000석은 야구 외의 이벤트가 열릴 경우 그라운드를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일본의 많은 뮤지션이 도쿄돔에서 공연하기를 원하는 것은 이 이동식 좌석 때문이다. 많은 관중을 수용하면서도 비교적 가까운 데서 팬들과 마주할 수 있다.

도쿄돔은 하이테크 전시장
유리섬유가 함유된 특수 천으로 만들어진 돔은 프라이팬과 같은 재질의 불소수지로 코팅했다. 이런 코팅 천 두 장을 겹쳐 만든 지붕을 가로 세로 8.5m 간격으로 모두 28개의 철 케이블로 보강했다. 이 때문에 지붕 무게는 자동차 400대분의 무게인 400t에 달한다. 폭설이 내려도 지붕이 붕괴하지 않도록 천 사이에 온풍을 불어넣어 항상 지붕을 따뜻하게 만든다. 웬만한 눈이 와도 바로 녹게 돼 있다.

이런 무거운 지붕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을까. 쉽게 말하면 돔 안에 풍선처럼 공기를 많이 넣어 지붕을 떠받치도록 했다. 경기장 내 기압을 바깥에 비해 0.3% 높게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일반 선풍기 50대분의 성능을 가진 가압 송풍팬 36대가 마련돼 있다. 2대는 상시 가동되며, 경기가 있거나 관객이 자주 드나들 때는 10~18대를 동시에 가동시켜 공기를 경기장 내에 공급하고 있다.

도쿄돔의 첨단 시설은 빗물 재활용 시스템과 재난 방지 시스템에서 절정을 이룬다. 태풍이발생하거나 폭우가 내렸을 때 지붕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해 돔 지하에 3000t 규모의 물 저장 탱크를 설치했다. 여기에 모아둔 물은 화장실 등에 재이용하고, 화재 시에는 불을 끄는 데 쓴다. 재난 방지 시스템은 불이나 연기를 감지하면 30초 안에 워터캐넌을 이용해 불을 꺼준다.

아시아 최고의 야구장이라는 자부심만큼, 구장 사용료도 비싸다. 한 경기당 관객 수와 관계없이 1750만 엔(약 1억5000만원)을 구단으로부터 받는다. 이쯤 되면 도쿄돔은 첨단과학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