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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달아오른 ‘경매’부동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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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24면

25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경매입찰 법정. 100개의 좌석이 일찌감치 동나고 뒤늦게 들어온 200여 명이 통로에 자리를 잡았다. 경매가 시작되자 물건마다 적어도 4∼5명, 많게는 10명 이상이 응찰에 나서며 열기가 고조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은평뉴타운에 포함되는 서울 응암동의 건평 38.4㎡, 대지지분 28.66㎡ 빌라. 무려 36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인 72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싼 데다 토지거래 허가지구여서 일반 거래로는 살 수 없는 주택”이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약가점제 뒤 20, 30대 참여 급증

경매 부동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부터 사람들이 몰리나 싶더니, 지난 9월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20, 30대의 참여가 부쩍 늘어났다.

청약통장 보유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짧아 청약가점에서 불리한 이들이 신규 분양에서 경매로 방향을 튼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경매장에도 전체의 절반가량이 20, 30대였다. 1년 전만 해도 경매장은 대부분 40, 50대 차지였다. 법원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자자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흐름도 달라졌다. 아파트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연립과 다세대가 주목 받고 있다. 보유세와 양도세 등 세제가 강화되고 대출도 어려워진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쉽기 때문이다. 요즘 경매장에선 아파트에 10명 이상이 응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대신 연립이나 다세대엔 50명 이상이 달려들곤 한다. 뉴타운 등 재개발 재료가 있는 지역의 연립·다세대 낙찰가는 감정가의 90∼95%인 평균 낙찰가를 훨씬 뛰어넘는 130∼140%에 이르고 있다. 경매정보사인 지지옥션의 박갑현 매니저는 “재건축 등 아파트 단위의 개발은 어렵게 하고 노후주택 밀집지역을 집단 개발하는 정책이 굳어지고 실수요자의 참여가 늘면서 빌라·다세대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점 낮은 신혼부부 도전할 만=회사원 김모씨는 지난해 경매를 통해 내 집을 마련했다. 결혼을 앞두고 살 집이 필요했던 김씨는 당초 가진 돈 6000만원과 대출을 합쳐 1억원 안팎의 전셋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도 적당한 집을 구하지 못하자 경매 물건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감정가 2억2000만원에 나온 서울 명일동의 82.64㎡(25평) 아파트에 2억1150만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시세보다 2000만원가량 싼 가격이었다. 집값과 세금 등 기타 비용은 은행에서 받은 경락잔금대출 1억6900만원에 가진 돈을 합쳐 납부했다. 입주 1년이 지난 지금 이 집의 시세는 3억3500만원으로 올랐다. 인테리어 공사비와 이사비용 등 그동안 들인 모든 비용을 합쳐도 1억원 가까운 평가차익이 났다.

경매의 이점은 잘만 고르면 좋은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데 있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되고 실제 낙찰가도 감정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발품을 많이 팔면 숨은 보석을 발굴할 수도 있다. 한모(32)씨는 시세가 1억2000만원을 넘는 서울 성산동의 48㎡짜리 다세대주택을 최근 7200만원에 낙찰받았다. 낙찰자가 전세금을 물어줘야 하는 세입자가 있어 유찰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네와 법원·동사무소를 들러 꼼꼼히 확인한 덕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세입자가 집주인의 장인·장모였고, 이들이 전세금을 내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매에 참여하려면 경매일 14일 전 신문에 나오는 법원공고를 보면 된다. 하지만 월 3만∼4만 건이 쏟아지다 보니 상세한 정보를 얻긴 어렵다. 대법원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물건 내역과 감정평가서 등 추가 정보를 참조한다. 지지옥션의 ‘신혼집 경매로’ 서비스 등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등기부 등 서류 확인과 세입자 등 권리관계 분석, 시세 분석과 경매 참여 요령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함정도 많다=경매는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의 집을 은행 등 채권자가 압류해 처분한 뒤 채권을 회수하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법적인 문제나 절차를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매물건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일이다. 집을 압류한 채권자보다 빨리 전입한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내줘야 한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싸다고 덜컥 낙찰을 받은 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이 경우 임차인이 전세권 등기나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았어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재개발 구역 내 연립·다세대의 경우 사업 도중 구역이 축소돼 재개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드시 현지를 답사해 동사무소에서 임차인과 선순위 채권자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론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현지를 답사해 주택의 상태와 인근 환경, 시세, 상승 잠재력을 파악해본다. 수리비용은 얼마나 들지, 미납된 관리비가 있는지 등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입지 면에선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더 이상의 개발호재가 없는 지역보다는 한참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 투자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런 점들과, 비슷한 물건의 최근 낙찰가, 예상 경쟁률 등을 고려해 낙찰가를 결정한다.

초보자는 냉정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경매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응찰가를 올려 쓰거나 얼떨결에 입찰가에 0을 하나 덧붙이기도 한다. 입찰보증금과 입찰가를 반대로 쓰는 실수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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