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작년 3월 총파업 피해 "노조서 51억 물어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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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김재협 부장판사)는 26일 한국철도공사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는 사측에 51억7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회사의 청구액은 146억원이었다. 철도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했음에도 지난해 3월 1일부터 4일까지 철도 상업화 철회, 현장인력 충원,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 여파로 KTX열차, 새마을호, 전철의 승객 수송과 화물운송 업무가 큰 차질을 빚었다.

재판부는 "철도노조는 직권중재 제도가 근로자의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고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차별 대우하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다"며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008년 1월부터 직권중재 제도가 폐지되지만 직권중재에 회부된 뒤 파업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병배 철도노조 사무처장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직권중재 관련 개정안 취지에 반하는 판결이다. 승복할 수 없다"며 "내부 협의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가 발생할 때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회부 결정을 하면 노조는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권중재 조항은 내년에 폐지된다. 대신 반드시 유지돼야 하는 필수업무를 지정해 파업 참가자의 50% 이내가 대체 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뉴스분석 '민사·돈으로 파업 대처' 확산

법원이 불법 파업에 대해 민사적 책임, 즉 돈으로 피해를 물어 내라고 판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배상액과 책임의 인정 범위도 커지는 추세다. 핵심 주동자를 구속하고 감옥에 보내 형사처벌만 하면 된다는 과거의 인식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주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스코가 본사 건물을 불법 점거한 포항건설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0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 측도 불법 파업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있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은 7월부터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8월 19일 노조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파업은 곧 마무리됐다. 홈에버와 뉴코아를 비롯한 이랜드 그룹 수도권 대형 매장 11곳의 입점 상인들도 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서울 서부지법에 100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소 김태기(51.경제학과 교수) 소장은 "사측의 민사소송 제기는 노측의 불법 파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선진국에선 금전적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동기.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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