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바꿔치기의 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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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강동윤 7단(한국) ●·구 리 9단(중국)

 구리 9단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술도 세칭 ‘말술’이다. 축구에 재능이 뛰어나 중국에서 “국가대표 공격수 한 명을 바둑에 빼앗겼다”는 소리마저 나왔다. 24세로 이세돌 9단과 동갑. 바둑에 아마추어적 요소가 있는데 그 점이 인간적 매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세계를 정복하는 데엔 딱 그만큼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장면도(75~78)=75로 끊자 76으로 잇는다. 구리 9단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소문대로 강동윤의 ‘잔수’는 강하다. 부드러우면서 치명적이다. 백은 A로 잡는 수와 B의 연결을 맞보고 있으니 일단 흑이 걸려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어찌해야 하나. 중앙 쪽 대마가 사는 길은 어차피 없다. 그렇다면 귀 쪽의 백을 잡고 바꿔치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최선의 수순은 무엇일까.

 ‘참고도’ 흑1로 늘고 백2 넘어갈 때 흑3 잡는 것. 이게 보통의 생각이고 그럴듯한 바꿔치기다. 그러나 이렇게 뒀다가는 흑은 앉아서 지고 만다. 우선 백△가 되살아나는 맛이 남아 대마를 죽인 대가를 절반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실전진행(79~81)=79로 즉시 모는 맥점을 한눈에 찾아냈다면 상수의 자격이 있다. 백은 어차피 움직이지 못하며 80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때 81로 빵 따내 귀는 완전히 흑 차지. 맛도 깨끗하다. 이로써 흑도 대마를 죽인 대가를 충분히 받아 내며 국면의 평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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