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수로,돈만 낼 수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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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北韓이 美國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한 輕水爐건설에 韓國型은고려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정부기관이 아닌관영 언론매체를 통한 입장표명이지만 北-美 회담이후 한국형 수용여부에 대한 北측의 첫번째 반응이라는데서 주 목된다.
北-美회담이후 우리쪽에서는 한국형 채택에 北韓이 반대하지 않은 것처럼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그런데도 아무 말이 없던 北측이 20여일이 지난 이제서야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선데는 다분히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정부가 輕水爐지원의 조건으로 내세운 특별사찰에 대한 반발내지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희석시키려는 속셈일 수도 있고,앞으로 계속될 核협상 戰略의 다각화 노력일 수도 있다.또 한국형이 채택될 경우 北-美회담에서 불가피하게 증대될 우리측 영향력을 줄이고 韓美 양국간의 共助체제에 틈새를 만드는 효과도 노렸을 수 있다.
북한이 절실하게 輕水爐건설을 필요로 한다면 한국형을 받아들일수밖에 없다.한국형이 아니면 건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돼있다.그 현실이란 40억달러에 이르는 건설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하는 문제다.
미국.日本을 포함한 다른 어떤 나라도 그 막대한 비용의 대부분을 떠맡으려는 나라는 없다.우리만이 南北韓 경제협력과 민족복리의 차원에서,통일비용을 미리 부담하는 차원에서 상당부분을 떠맡을 수 있다.물론 국민의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에 서다.그런데한국형이 아닌 다른 경수로로 결정된다면 우리국민에게 돈만 내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한국형 경수로는 가동률이 향상되고 운전절차를 간소화하는등 경제성이 뛰어나고 안전성이 제고됐다는 정평을 받고 있다.이에 비해 한국형의 代案으로 거론되는 러시아型은 경제성은물론 安全度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통일獨逸 정부가 舊東獨 지역의 러시아型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있을 정도다.또 南北韓 경제협력이나 통일의 경우를상정해 에너지공급 체계의 통일과 통합운용도 생각해야 한다.어떠한 정치적 논리도 이같은 민족 이익에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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