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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도 맥도날드화 된다···'대량생산 방식'으로 변화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

▶소비심리의 확산이 명품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사진은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 비통의 매장 전경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냥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명품 핸드백의 경우 보통 생산단가의 5~12배 가격표가 붙는다. 루이뷔통은 생산비의 13배로 판매가를 정한다.

보통 생활용품이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겠지만 명품은 다르다. 명품을 산다는 것은 곧 사회경제적 지위 또는 그런 지위를 과시할 기회를 구입하는 셈이다. 이 같은 소비심리의 확산은 명품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전 세계적으로 명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157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거대 시장의 60%를 35개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루이뷔통 조르지오 아르마니 구찌 프라다 에르메스 샤넬은 그중에서도 연간 매출이 10억 달러를 넘는 대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조그마한 부티크로 시작한 이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엔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들이 숨겨져 있다.

명품의 산업화에 결정적 영향을 준 변수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구매력 있는 중상류층의 폭발적인 증가다. 시대적으로는 1980년대부터다. 이들이 명품의 소비자 대열에 속속 합류함으로써 시장 규모가 확 커졌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전 세계엔 830만 명의 백만장자가 있다. 이들이 명품의 탄탄한 수요기반이다. 그뿐인가. 현재 중국과 인도에선 명품을 사 쓸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지닌 인구가 무려 4억 명이나 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 결과 과거엔 소수의 왕족이나 귀족 또는 내력 있는 부르주아 가문의 애호품으로 여겨졌던 명품이 신흥 부자나 중산층의 쇼핑 목록에 오르게 됐다. 지은이는 이를 명품의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한 명품업체 사장은 명품의 '맥도날드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는 명품의 생산방식이 단골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소량-주문' 방식에서 미리 여러 개 만들어 뒀다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대량-기성' 방식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마치 고급 요리집이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바뀌듯 말이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은 명품업계에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존재다. 장인의 솜씨에 의존하던 명품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순공정을 중국에서 아웃소싱하면서 대량생산은 한층 가속화됐다. 사실 이는 명품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명품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산업화가 낳은 신흥 부유층들은 명품의 탐욕스러운 소비자들로 등장했다. 세계 명품 소비의 12%는 중국에서 이뤄진다. 유럽의 콧대 높은 명품업체들이 줄줄이 중국에 점포를 내는가 하면 일부는 중국 여성의 신체 사이즈에 맞춰 옷을 디자인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중국은 짝퉁의 본거지다. 명품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짝퉁을 대량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명품업체가 짝퉁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명품업체들엔 신천지일 수도 공동묘지일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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