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선 탐사-해저 이색관광 볼거리 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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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침몰선을 찾아라.』 바다이끼가 짙푸르게 낀 선체와 붉게 녹슨 철문,굵기가 팔뚝만한 붕장어 한 마리가 그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온다.
짓누르는 수압과 천고의 침묵 사이로 무겁게 유영하던 다이버는화들짝 놀라고 심해의 부유물들이 부옇게 떠오른다.
외국영화의 한장면같은 풍경이 국내 바다 밑에서도 자주 연출되기 시작했다.
근해의 침몰선 포인트가 알려지면서 스쿠버공기통을 멘 바다밑 피서객들이 침몰선에 몰리고 있는 것.
4~5년전만 해도 국내 침몰선 포인트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데다 침몰선 잠수(Wreck Diving)는 「위험하다」고 인식돼 일부 베테랑 다이버들끼리만 해외 침몰선 잠수를 즐겼으나 최근 다이빙 인구 확산과 전반적인 기량 급신장 덕분 에 국내에서도 바다밑 이색 관광지로 침몰선을 찾는 잠수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침몰선 포인트는 가장 유명한 조사리침몰선을 비롯해 제주도 서귀포와 경남 남해등 4~5곳 정도.
경북영일군송라면조사리 포구 앞바다에서 동쪽으로 0.7㎞ 전방,수심 27m의 해저모래밭에 얌전히 누운 조사리 침몰선은 15년전 침몰한 6백t급 철선(화물선)으로 선체는 작지만 잠수의 스릴과 아기자기한 맛에서 여느 외국 침몰선에 못지않다 .
마스트 높이가 14m,길이는 60m이며 갑자기 가라앉은 탓에선실.조타실속에 침몰 당시의 물품이 고스란히 보존돼 비장함을 더한다. 하지만 잠수중 난데없이 해골을 만나 심장마비를 일으킬염려는 없다.지난 79년 후포에서 포항으로 항해 도중 폭풍우를만나 가라앉았으나 선원들은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서귀포 문섬앞 목선과 새섬앞 철선,경남 남해군 초전부락앞 목선 포인트가 최근 해저 나들이가 잦아진 침몰선 다이빙의 명소.
수심 12m에 가라앉은 초전리 포인트와 수심 25m아래 문섬포인트는 모두 해저관광을 위해 일부러 바다에 빠뜨린 침몰선들로서 특히 문섬의 침몰선은 월남 보트피플이 타고왔다 버린 것이어서 「亡國의 恨」이 담겨 있다.
서귀포 새섬앞 침몰선은 2백t급 소형어선(길이 25m)으로 수심 30m아래 누워있다.
빛과 소리를 차단당한 천고의 어둠 속에서 가라앉은 배와 함께자연과 역사에 대한 「해저사색」을 가능케 해준다는 것이 침몰선잠수의 매력.
침몰선 주위엔 고기떼들이 몰려 볼거리가 많을 뿐더러 기량에 따라 단순한 관광에서부터 선실을 출입하는 등의 모험다이빙까지 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잠수에 자신이 있다 할지라도 잘 모르는 침몰선포인트에 단독으로 도전하는 것은 절대 금물.
침몰선 다이빙때엔▲다이빙 기량에 상관없이 현지 가이드를 동반해야 하며▲오픈워터급의 초보자라면 선실 출입 대신 침몰선 주변에서의 해저관광에 그치는 편이 안전하다.
베테랑의 경우 선실에 드나들기 위해선▲수중플래시와 로프등을 휴대하는 한편▲유사시에 대비해 통로 중간에 여분의 공기통을 매달아 놓고▲되도록이면 동작을 작게 해 선실 내 부유물이 함부로떠오르거나 수중생물을 자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세계적인 침몰선 다이빙 명소로는 남태평양이 단연 으뜸.미크로네시아군도의 팔라우공화국과 트럭제도 등엔 2차대전 당시 침몰한전투기와 군함이 수백척이나 널려 있어 지구촌의 해저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잠수강사인 진신씨(34)는『잠수기량 향상이나 묘미 면에서 침몰선 잠수야말로 최고의 수중활동』이라고 말했다.국내 침몰선 잠수는「진스 다이브 아카데미」((538)3757)등에서 안내하고있다. 〈林容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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