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mily어린이책] 냄새 난다고? 킥킥 웃음보 터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방귀
김기택 시, 소윤경 그림,
비룡소,
64쪽, 8500원,
7세부터

“엉덩이에도 얼굴이 있답니다/ 풍선 부는 입처럼/ 나팔 부는 입처럼/ 아주 뚱뚱한 두 볼 사이에/ 쏙 들어간 작은 입이 하나 있지요// 기분이 좋아지면/ 그 입은 힘차게 소리지른답니다/ 뿌웅/ 배 속이 시원해지면 더 좋아서/ 노래도 부른답니다/ 뽀오옹~/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비웃기도 한답니다/ 피식-”(‘방귀’ 전문)

‘하필이면 방귀를 소재로…’할지도 모르겠다. 이 동시집을 뒤적이면 입김·눈물 등 여느 동시와 같은 소재도 있지만 까만 때며 귀지·콧물 등 어른들이 눈살을 찌푸릴 만 한 글감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의 핵심은 동심이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기발한 표현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다. 어른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 생각의 틀에 맞춘 줄글은, 어른들을 위한 글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친한 친구들끼리나 킥킥대며 이야기할 생리 현상을 소재로 한 동시를 묶은 이 책은 반갑다. 곱고 착한 세상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교과서 같은 글만 글이 아니어서다.

그렇다고 책에 실린 동시가 마냥 더럽고 냄새 나는 것만 다룬 것은 아니다. 김수영문학상 등을 받은 중견 시인인 지은이가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동심을 콕 집어 나타낸 글도 여럿이다.

학교에 갔다 오니 좋아하는 강아지를 아파트에선 못 키운다며 이모네 집에 보냈단다. 어린이 심정이 어떨까. 자기 몸이 눈물 가득 든 물통처럼 느껴진단다. 그러면서 “…이럴 때 나는 가만히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물통이 엎어질 것 같기 때문이지요/ 눈물이 눈으로 입으로/ 확 엎질러질 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눈물은 물통에서 넘쳐 밖으로 흘러나옵니다/ 그러면 눈으로는 깜박깜박 눈물을 지우고/ 입으로는 꾹꾹 울음소리를 삼키지요//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몸이 세차게 떨립니다”(‘울음’ 부분)

재채기·딸꾹질 등 생리 현상을 이토록 신기하고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책은 한국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중견 시인들의 동시를 묶어 내는 ‘동시야 놀자’ 시리즈 중 3권이다. 이번에 동식물을 소재로 한 『나무는 즐거워』(이기철 시), 펭귄을 소재로 우리 일상을 풀어낸 『펭귄』(최승호 시)가 함께 나왔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