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1인극 "셜리 발렌타인"열연손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단조롭고 지긋지긋한 일상의 틀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셜리 발렌타인의 적극적이고 용감한 성격이 부럽기도해요.마음은 X세대 못지않게 자유롭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에 애착이 많이 가요.』 극단 실험극장의 명배우 시리즈 1탄으로 윌리 러셀 원작의 모노드라마『셜리 발렌타인』에서 열연하고 있는 연극배우 孫淑(49).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런 소극적 성격이 고려대 재학시절 시작한연극을 세딸의 어머니가 된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됐단다.
『결혼후 2년여동안은 남편(연극배우 金聲玉씨)이 일을 못하게했어요.그러다가 제가 앞서나가는 말은 많이 해도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연극을 다시 하도록 허락하더군요.끝내 막았다가는 제가 뭔가 사고라도 치지않을까 걱정도 됐나봐요.』 67년 극단 동인극장에서 활동하면서 연극무대를 다시 찾은 그녀는 현재 연극배우이자 TV.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또 칼럼니스트로 1인4역을 하고있다.
『제게 연극에만 전념할 것을 충고해주시는 분들이 더러 있어요.다들 저를 사랑하니까 해주는 말씀이라 고맙긴하지만 제가 연극인이라는 사실을 단한번도 잊은적이 없어요.』 5년째 맡고있는 MBC라디오『여성시대』가 30년 연극경력에 비할바 아니지만 생각할수록 하길 잘했다는 느낌이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접할수 있는 방송을 하다보면 인간의 실제 삶이 어느 연극보다 드라마틱하다는 사실을 자주 발견해요.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교만하게 살아왔다는 반성도 하게됐어요.게다가 함께 한 남성진행자가 봉두완.변웅전.정한용.김승현 순으로 점점 젊어지니 얼마나 좋아요.』 틈틈이 써본 글들과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든 것도 이번에 출간된 『손숙이 만난 사람들』을비롯,4권이다.
『주위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라고 권유했지만 평생 글쓰는 사람들앞에서「번데기가 주름잡는것」같아 기념공연으로 대신했어요.평소 지면이 있는 분들을 초청했는데 야권인사들이 많이 찾아주셨어요.
』 그저 연극이 좋아 평생을 연극무대에서 살아온 그녀지만 최근「벗는 연극」이 문제가 되면서 턱없는 곤욕을 치룬적도 있다.
『셜리 발렌타인에서 해변 무대의 수영복 차림을 두고 손숙이까지 벗었다는 기사가 한신문에 실렸지 뭐예요.하도 속상해서 더이상 연극을 하지않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글쎄 이 나이에 벗는다고 누가 보러오겠어요.연극에 30년을 바친 사람에 대한 대접이고작 이 정도일까 생각하니 서운한 생각에 눈물까지 나더군요.』혼신을 다해 공연을 마치고나면 철 지난 매미처럼 빈껍데기가 돼버린듯한 느낌이어서 매번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 되지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지만 언제든 진실된 사랑을 연기하고픈 바람을 마음한구석에 간직하고있다.
『가끔 후배들이「선배 나이에도 사랑을 해요」라고 놀릴때면 마구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예요.사랑을 더이상 못한다면 살아있을 필요가 없겠죠.지금도 공연을 마치고 멋진 남자가 나타나 「차나한잔하자」고 말하면 유혹에 넘어가 아름다운 사랑 을 나누는 상상을 자주 하는데요.』 〈李勳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