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남자들이 만든다, 밸런타인 초콜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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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씻고 달력을 뒤져봐도 휴일 하나 없는 심심한 2월. 그래도 다행히 밸런타인 데이가 있기에 뭇 연인들의 가슴은 설렌다. 벌써부터 많은 남성은 '이번엔 어떤 초콜릿을 받을지' 혹은 '몇 개나 받을 수 있을지'하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이, 14일 하루 사람들을 피해 조용히 잠적하려는 우울한 계획을 짜고 있는 동안 말이다.

그러나 국내 1호 초콜릿 아티스트 김성미(36.수원여대 제빵학과 외래교수.www.chocolatier.co.kr)씨는 이런 남성들에게 "제발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원래 사랑하는 사이라면 성(性)구분 없이 선물.초콜릿을 주고받는 게 밸런타인 데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여성만이 선물을 주는 날로 잘못 인식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 어차피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이번엔 내가 먼저 줘보는 건 어떨까. 사랑하는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전해보자. 그것도 길가에서 아무 거나 사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주는 거다. 어떤 목석 같은 그녀라도 한순간에 녹여 버릴 것이다.

중앙일보 Week&은 김씨와 함께 이런 남성들을 위해 두가지 초콜릿 레서피를 마련했다. 부엌에서 물 한방울 묻혀본 적이 없다면 초보자용 '잔두야'를, 어머니와 함께 과자 정도는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조금 난이도가 있는 '브랜디 가나슈'에 도전해 보시길….

◆ '못생겨도 맛은 좋아' 잔두야=각종 너트류가 박혀 있는 퉁퉁한 몸매가 마치 순대를 연상케 하는 잔두야(Gianduja). 생긴 건 볼품없지만 그래도 정통 이탈리아식이다. 특별한 기교가 필요 없기에 초보자가 시도해 보기 적합하다. "겉 모습에서 아마추어리즘이 물씬 느껴지지만 한 입 깨물면 그 환상적인 맛에 두 배로 감동하는 것이 잔두야의 매력"이라고 김씨는 귀띔했다.

(1) 먼저 다크 초콜릿 커버처와 밀크 초콜릿 커버처를 잘게 썰어 중탕으로 낮은 불에 서서히 녹인 다음 미리 끓여 놓은 생크림과 혼합한다. 커버처는 제과용으로 파는 큰 초콜릿 덩어리를 말한다.

(2) 어느 정도 식으면 미리 적당하게 구워낸 너트류를 넣고 섞는다.

(3) 펼친 호일 위에 붓고 적당한 크기로 김밥 말듯 둘둘 만 뒤 냉장고에 넣는다.

(4) 두 시간 정도 지난 뒤 꺼내기만 하면 잔두야 완성.

◆ 마무리는 항상 '데코~레이션!'=먼저 잔두야는 적당히 굳은 상태에서 호일을 벗겨 낸 뒤 순대 썰 듯 칼로 잘라 낱개 포장하면 된다. 혹 그녀가 큰 볼륨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그냥 통째로 줘도 상관없다. 브랜디 가나슈의 경우 컵 크기대로 하나씩 들어갈 수 있는 박스에 넣어 리본으로 포장하면 된다.

손재주가 없어 포장이 서툴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초콜릿은 만들 당시의 온도, 만드는 사람의 체온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천명의 사람이 만든 초콜릿은 일천 가지 맛을 낸다"는 게 김씨의 지론. 좀 서투르고 폼이 안나더라도 당신이 만들어 준 그 초콜릿,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을 담고 있기에 더욱 가치있는 것 아닐까.

김필규 기자

사진= 권혁재 전문기자

*** '혀끝에 감도는 위스키 향기'브랜디 가나슈

생크림이 섞인 초콜릿을 가나슈(Ganache)라 한다. 여기에 브랜디를 첨가하면 브랜디 가나슈가 된다. 취향에 따라 위스키나 와인을 넣어도 무방하다. 브랜디를 넣으면 초콜릿을 씹을 때 향을 좋게 할 뿐 아니라 특유의 끝맛을 남길 수 있다. 짤주머니로 초콜릿을 예쁘게 짜내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1) 역시 중탕으로 녹인 다크 초콜릿을 붓에 찍어 주름컵 안에 바르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나중에 종이를 제거해 내면 초콜릿 컵 모양만 남는다.

(2) 녹인 다크 초콜릿에 끓인 생크림을 섞어 약간 식힌 뒤 브랜디를 알맞게 넣고 혼합한다. 그 양은 말그대로 '취향에 맞게'다. 너무 많이 넣으면 '사랑하는 그 이'가 취할 수도 있다.

(3) 어느 정도 굳으면 짤주머니에 가나슈를 넣어 1번의 초콜릿 컵에 동그랗게 짜 넣는다.

(4) 헤이즐넛과 슈거파우더로 장식한다.

▶ "재료는 어디서 사지?"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창에 '제과 재료' 두 단어만 치면 배달까지 해주는 업체가 줄줄 뜬다. 이 가운데 김성미 교수가 추천하는 곳은 베이크플러스(www.bakeplus.com), 이지베이킹 닷 컴(www.ezbaking.com). 모든 상품에는 유효기간이 표시돼 있으므로 구입 후에는 꼭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제과용 초콜릿 커버처가 아닌 코팅용 초콜릿 대용품을 사지 않도록 주의한다.

▶ 잔두야 재료

- 슬라이스 아몬드 30g

- 마카다미아 30g

- 건포도 20g

- 피스타치오 10g

- 다크 초콜릿 커버처 150g

- 밀크 초콜릿 커버처 100g

- 생크림 80g

- 호일 두세장

▶ 브랜디 가나슈

- 초콜릿 주름컵

- 다크 초콜릿 커버처 150g

- 생크림 80g

- 브랜디 10g

- 구운 헤이즐넛

- 짤주머니, 붓

- 슈거파우더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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