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도우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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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우미’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다. 손님을 안내하고 행사 진행을 돕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전에도 이런 형태가 있었겠지만 ‘도우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도우미’는 ‘도움’에 사람·사물·일 등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가 붙어 이루어진 ‘도움이’를 연음(이은소리) 처리한 구조다. 그러나 ‘때밀이, 젖먹이, 멍청이, 똑똑이, 뚱뚱이’처럼 접미사 ‘-이’가 그대로 있는 형태여야 맞다.

‘도우미’는 이제 사전에도 올라 있는 말이 됐다. ‘산후 도우미’ ‘가사 도우미’ ‘경로 도우미’ ‘이사 도우미’ 등처럼 각 분야에서 ‘○○ 도우미’란 형태로 두루 쓰이고 있다. ‘길도우미’(내비게이션), ‘노래방 도우미’도 있다.

‘도우미’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후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유사한 형태의 말이 마구 생겨 나면서 조어법이 무너진다. ‘노인 돌보미’ ‘아이 돌보미’처럼 ‘돌보미’라는 말이 새로 생겼다. ‘알려 주는 사람(것)이란 뜻의 ‘알리미’, 지켜 주는 사람(것)이란 뜻의 ‘지키미’도 쓰이고 있다. ‘배우미’ ‘비추미’라는 것도 있다. 각각 ‘돌봄이’ ‘알림이’ ‘지킴이’ ‘배움이’ ‘비춤이’가 맞는 표현이다.

‘ㅁ’ 받침과 ‘이’를 연음 처리해 ‘-미’가 된 이들 용어는 우리말 체계를 파괴하고 언어 사용에 혼란을 가져다 준다. 특히 아이들이 헷갈릴 염려가 다분하다. 모두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도우미’ 탓이다. ‘도우미’야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돌보미’ ‘알리미’ ‘지키미’ 등 이후에 생겨난 말들은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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