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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철의 여인’ 우이 내년 아름다운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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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의 ‘철낭자(鐵娘子·철의 여인)’ 우이(吳儀·69·사진) 부총리가 내년 초 물러난다. 우 부총리는 21일 폐막한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이 빠져 내년 3월 열리는 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퇴임할 것이 분명해졌다. 고령으로 이미 퇴진이 예상됐으며, 본인도 지난달 대만 기업인들과의 담화에서 “내년이면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출신인 우 부총리는 1962년 베이징석유학원(대학) 석유정제과를 졸업한 뒤 26년간 남성 중심의 석유화학업계에서 일했다. 88년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베이징 부시장에 등용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이 부총리로 발탁했다.

 남성 못지않은 배짱과 추진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위기 때마다 전면에 나서 깔끔한 일 처리로 위기를 돌파했다.

 2003년 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할 때에는 위생부장(장관)을 겸직하며 최악의 전염병 확산을 막았으며, 최근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커지자 또 다시 해결사로 등장해 제품 품질 및 식품 안전사고 업무 총괄을 맡았다. 당당하고 배짱 두둑한 우 부총리의 진면목은 2005년 일본 방문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를 두고 내정 간섭 운운하자 면담을 전격 취소하고 귀국해 버린 것이다.

 이렇듯 단호하고 노련한 업무 능력으로 한때 여성 최초로 정치국 상무위원 이 될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지만 정년을 넘겨 ‘아름다운 퇴장’을 하게 됐다. 쑨원(孫文)의 부인 쑹칭링(宋慶齡), 마오쩌둥(毛澤東) 부인 장칭(江靑), 저우언라이(周恩來) 부인 덩잉차오(鄧潁超) 등 중국의 다른 여걸들 사이에서 우 부총리가 특히 돋보이는 것은 그가 ‘누군가의 부인’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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