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전 당선작 ③ 편견과 오해로 고통받는 한국 무슬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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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24면

서울 이태원동에서 터키음식 전문점 ‘SA LAM’을 운영하는 정진수(43·교명 쟈키)씨는 2005년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올라 곤욕을 치렀다. 그는 이라크 자이툰부대에서 아랍어 통역관(군무원 5급)으로 근무했으며 파키스탄에서 공부했다. 경찰서 외사계에서 7시간 동안 조사받고 나서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정씨는 “무슬림이기 때문에 요주의 인물이 된 것 같다”며 “그 뒤에도 가게로 잘못 걸려오는 전화가 많은데 나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전화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무슬림은 폭력집단이나 테러리스트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8월 3일 서울 한남동 중앙성원 앞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같은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라이트코리아·활빈단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이 “한국인이 이슬람의 적인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무슬림과 시위대 사이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국 이슬람교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무슬림은 약 3만5000명. 이들은 취업·인간관계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씨처럼 테러리스트라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그 바탕에는 편견과 오해가 도사리고 있다.

‘무슬림=테러리스트’ 인식 팽배

서울 한남동 이슬람 성원

남성들은 군대에서의 신앙생활로 어려움을 겪는다. 무슬림은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다섯 번의 예배를 드려야 한다.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이슬람의 금식기간) 한 달 동안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금식해야 한다. 입교 5년째인 이준영(26·이브라힘)씨는 “상병 5호봉(상병 5개월차)이 될 때까지 예배를 드리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내무실에 아무도 없을 때만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슬림 정진수(43)씨 역시 “1984년에 입대했는데 군생활 내내 예배는 거의 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군종정책팀 장래성(해군 소속) 목사는 “현재 군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종교는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뿐”이라며 “그 이외의 종교는 성직자도 없고 신자들도 워낙 소수라 파악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히잡을 쓰고 생활하는 여성 무슬림 박교미(29· 아미나)씨는 몇 년 전 직장에서 ‘라마단’에 당혹스러운 일을 경험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일절 식사를 금하는 이슬람 율법을 따르기 위해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배고픔을 참고 있던 그녀에게 직장상사가 닭고기를 권한 것. 그녀는 “라마단 기간에는 낮에 식사를 할 수 없으며, 라마단이 아니더라도 이슬람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상사는 박씨 앞에 닭다리를 흔들며 “먹고 싶지? 아무도 안 보니까 먹어”라며 먹기를 강권했다. 박씨는 “너무 황당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서양 중심 교육이 편견 부추겨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는 데는 언론과 교육의 잘못이 한몫(?)했다. 이슬람을 마호메트교로 표현하거나(마호메트는 알라의 사도일 뿐 신앙의 대상은 아니다), 메카를 무함마드의 묘가 있는 곳으로 묘사(무함마드의 묘는 메디나에 있다)하는 기사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은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같은 표현도 많이 쓴다. 그러나 이것은 이슬람의 폭력성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선정주의적인 보도도 많다. 지난 4월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한 보도가 좋은 예다. “조승희의 문신이 코란에 나오는 ‘이스마일의 처형’을 의미한다는 것이다”는 식의 기사는 범행동기를 이슬람교와 관련지으려고 한 ‘무리한 해석’으로 꼽힌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세계사 교육’이다.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는 저서 『이슬람 문명』에서 “이슬람은 특유의 고급문화를 전파해 유럽의 르네상스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으며, 고대와 근대를 이어주는 세계사적 공헌을 했다. 그러나 한국의 교과서는 이슬람 문명을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학사·두산의 고등학교 세계사·사회 교과서에서 이슬람 문명을 다룬 부분은 전체 320~350쪽 중 두 쪽에 불과했다.

틀린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 것도 있다. 지학사의 『사회 1』에는 이슬람 사회를 “일부다처제를 허용”(312쪽)하고,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르고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며 여자들은 검을 베일을 쓰고 다녀야 한다”(145쪽)고 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의 공동집필자인 대전과학고 윤세병 교사는 “세계사 교육이 너무 서양 중심적이라 이 과정에서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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